천연기념물 황조롱이, 아파트에 둥지 틀어

2023-05-02     정혜윤 기자
천연기념물 황조롱이가 울산 울주군 구영리 한 아파트에 둥지를 틀어 눈길을 끌고 있다.

구영리 한 아파트 20층에 살고 있는 박라희(여·49)씨는 지난 3월23일 베란다에 나갔다가 당초 텃밭으로 사용하던 빈 화분에 놓여있는 새알을 발견했다.

박씨는 “화분에 알 3개가 놓여있어 보고 있었는데 멀리서 새 한마리가 바로 날아왔다”며 “매처럼 생겨서 사진을 찍어 인터넷에 확인해보니 황조롱이라는 것을 알게됐다”고 말했다.

빈 화분에 둥지를 튼 황조롱이는 곧 알을 2개 더 낳았고 이후 4월23일 새끼 5마리가 부화했다.

황조롱이는 매과에 속하는 맹금류로 천연기념물 제323-8호로 지정돼있다. 산의 절벽 등 고산지대에 서식하는데 도시화로 서식지가 줄어들며 현재 도시에서 새나 쥐 등을 사냥하고 있다.

박씨는 “황조롱이가 육식이다보니 가끔 죽은 쥐를 가져와 새끼에게 먹이고 있어 놀라기도 했다”며 “이에 직접 소고기나 회를 사서 먹이를 주면서 어미 새와 새끼 새들이 잘 자라도록 돕고 있다”고 말했다.

황조롱이는 4월 하순에서 7월 초순에 걸쳐 4~6개의 알을 낳으며 부화한지 27~30일이 지나면 새끼들을 독립시킨다.

박씨는 “새끼들이 점점 크면서 눈빛도 또렷해지고 있어 신기하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하다”며 “귀한 손님인만큼 둥지를 떠날 때까지 모쪼록 건강하게 잘 자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혜윤기자 hy040430@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