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울산 고용시장, ‘질낮은 일자리 함정’ 경계해야

2023-05-03     경상일보

울산 고용시장이 ‘질 낮은 일자리의 함정’에 빠졌다. 지난해 울산지역 비임금근로자는 역대 최저로 떨어진 반면 임금근로자는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언뜻 울산 고용시장이 개선된 것으로 보이지만, 고용의 질적 개선이 이뤄졌다는 신호음은 없다. 되레 고용의 질이 더 나빠졌다는 지표 일색이다. 고용없는 저성장의 늪에 빠진 제조업 도시 울산 경제에 활력소를 불어넣어줄 양질의 일자리 창출 노력이 필요하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해 울산지역 비임금근로자는 8만7000명으로 전년 대비 14.5% 감소했다.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소치다. 비임금근로자에 해당하는 자영업자와 무급가족종사자가 역대 가장 적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반면 상용근로자 등 임금근로자는 47만9000명으로 전년 보다 5.7% 증가했다. 역대 최대 규모다. 또 지난해 울산의 고용률이 59.2%로 전년 대비 1.5%p 상승한 점에 미뤄 울산지역 고용시장이 1년전보다 호전된 것은 그나마 다행스런 일이다. 그렇다고 이것이 고용의 질이 좋아졌다는 신호로 확대 해석하는 것은 경계해야 할 일이다.

지난해 울산의 60세 이상 취업자는 10만명을 넘어섰고, 고용률(39.8%)도 역대 최고를 경신했다. 임금수준이 낮아 일자리의 질이 열악한 고령층 중심으로 노동 공급이 이뤄졌다는 방증인 셈이다.

문제는 울산 경제의 허리를 담당하는 30대와 40대 취업자가 줄었다는 점이다. 30대와 40대 취업자는 전년대비 각각 3.7%와 2.7% 감소했다. 30대 취업자(10만7000명)는 통계 작성 이후 최소로 추락했다. 40대 고용률(75.4%)은 유일하게 전년 대비 0.7%p 감소했다. 울산 여성 고용률은 47.1%로 전국 꼴찌에 머물렀다. 게다가 주 36시간 미만 근무 단기 근로자는 전년대비 18.8% 늘어나며 역대 최대로 치솟았다. 울산 일자리의 질적 한계가 여전했음을 보여주는 부정적 지표다.

울산 경제가 꾸준히 성장해야 고용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양질의 일자리도 생긴다. 지난해에 일자리와 주택 등을 이유로 울산을 떠나간 순유출 인구는 9500명에 달했다. 적극적인 기업유치 활동과 더불어 규제개선·자금지원 등 기업 하기 좋은 여건과 환경을 만들어야 투자가 늘어나고 일자리는 늘어난다.

지방재정으로 만드는 공공일자리 등 단기 대책으로는 얼어붙은 고용한파를 헤쳐나갈 수 없다. 혹여 울산시와 지자체가 ‘질 낮은 일자리의 함정’에 빠져서는 안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