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콩팥병, 과일·음료·채소도 잘못 섭취하면 ‘독’
2023-05-03 전상헌 기자
◇심하면 생명도 앗아가
콩팥은 장기 모양이 강낭콩을 닮아 붙여진 이름이다. 등 뒤쪽에 좌우 한 쌍으로 있는 콩팥은 기능이 떨어져도 증상이 잘 나타나지 않아 ‘침묵의 장기’라고도 한다. 콩팥은 수분을 조절하고, 혈압을 조절하는 등 여러 가지 역할을 하지만 그중에서도 혈액 중에 노폐물을 걸러내어 보내는 것이 주요 역할이다. 즉 혈액을 깨끗하게 정수하는 필터 기능을 하는 것이다.
이런 콩팥 기능에 이상이 생기면 노폐물을 걸러 내지 못해 우리 몸에 독소가 쌓이게 되고, 심하면 사망에 이르게 된다. 초기에는 거의 무증상이고, 콩팥이 상당히 나빠진 이후에나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자다가 일어나 소변을 자주 보는 야간뇨 증상이 있거나 소변이 탁하고 거품이 많이 나타나고, 눈 주위나 손발이 부어오르고, 혈압이 급격히 상승하고, 입맛이 없고 쉽게 피로를 느끼거나 몸 전체가 가렵다면 검사를 받아 보는 것이 좋다. 이외에도 가족 중에 만성콩팥병이 있거나 요로 결석 등의 비뇨기계 질환이 있다면 신장기능검사가 필요하다.
◇정기검진 필요
만성콩팥병 예방을 위해서는 고혈압과 당뇨병을 꾸준히 치료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제1수칙이다. 고혈압은 콩팥을 이루는 사구체에 지속해 압력을 가하고, 당뇨병은 혈액을 끈적끈적하게 만들어 각종 노폐물이 모세혈관에 쌓이게 해 콩팥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게 하기 때문이다.
또 나이가 드는 것을 막을 수는 없지만, 체중이 느는 것은 노력으로 조절할 수 있다. 비만 환자가 체중을 조절하면 단백뇨도 줄고, 콩팥 기능 저하 속도 자체도 줄일 수 있어 적정 체중을 유지하는 것이 제2수칙이다.
과다 섭취한 소금을 몸 밖으로 내보내려면 신장에 무리가 온다. 세계보건기구에서 권장하는 일반인의 하루 소금 섭취량은 5g이지만, 한국인의 하루 평균 섭취량은 10g이다. 국이나 찌개, 라면, 냉면과 같은 염분 함량이 높은 국물 음식을 피하고, 소금, 간장, 된장, 고추장 등의 양을 반으로 줄여 조리해 싱겁게 먹는 것이 제3수칙이다.
제4수칙은 매일 30분 이상 빨리 걷기, 자전거 타기, 청소, 달리기 같은 중간 강도 유산소 신체 활동을 하는 것이다. 물론 질병이 있거나 몸이 쇠약한 사람은 반드시 전문가의 상담을 받아 운동해야 한다.
제5수칙은 금연과 절주다. 금연은 혼자서 달성하기 쉽지 않은 목표이지만, 콩팥 건강을 지키기 위한 핵심 수칙이다. 평소 흡연하지 않다가도 음주하면 흡연하는 경우가 있기에 습관적으로 술을 마시지 않는 것도 필요하다.
콩팥의 상태에 따라 물의 양을 조절해 자주 마시는 것도 콩팥 건강에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쾌적한 기후 조건에서 건강한 사람의 경우 하루에 5~7컵, 약 1.5ℓ를 섭취하는 것이 좋다. 폭염일 때는 탈수를 피해 바깥 활동을 줄이는 것도 필요하다. 탈수를 예방하는 것이 콩팥 건강을 지키기 위한 제6수칙이다.
콩팥병은 심할 경우 생명을 앗아갈 수도 있다. 일반인뿐 아니라 만성콩팥병 환자의 경우 정기적인 콩팥 검진이 제7수칙이다.
유경돈 울산대학교병원 신장내과 교수는 “만성콩팥병이 무서운 질환이다. 하지만 검사 방법은 혈액과 소변 검사만으로 간단하게 진단할 수 있다”며 “소변검사로 혈뇨, 단백뇨가 있는지 확인하고, 혈액검사로 혈청 크레아티닌과 사구체여과율을 측정해 질환의 여부를 판단한다. 다른 질환에 비해 간단한 검사로 진단할 수 있어 정기적인 검진이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적당량 음식 섭취 필수
소변검사와 혈액검사로 만성콩팥병으로 진단된다면 건강한 사람과 조금 다른 생활 습관이 필요하다. 만성콩팥병 환자는 음식을 건강하게 먹는 방법을 배우고, 실천해야 한다. 우선 본인의 하루 단백질 섭취량을 파악하고, 적정 단백질 권장량을 넘겨 섭취하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하다. 적정량의 단백질 섭취가 제8수칙이다. 만성콩팥병 5기로 불리는 말기신부전환자는 특히 칼륨에 주의해야 한다. 칼륨이 많이 들어있는 음식인 사과, 바나나, 오렌지, 채소, 밤, 고구마 등을 지나치게 섭취하지 않는 것이 제9수칙이다.
유 교수는 “흔히 알고 있는 건강식인 현미밥, 견과류나 채소 위주의 식단 또한 만성콩팥병 환자에게는 좋지 않을 수 있다”며 “신장 기능이 떨어진 상태에서 칼륨, 인, 식이섬유 등 영양소가 풍부한 현미밥, 견과류, 채소 등을 섭취하면 제때 배출하지 못해 부종과 함께 근육 쇠약, 설사, 피로, 구토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고칼륨혈증에 노출되기 쉽다”고 강조했다.
마지막 제10수칙은 ‘약물 복용 주의’다. 만성콩팥병 환자는 의사가 콩팥 상태에 맞게 처방한 약을 용량과 용법을 정확히 지켜 복용하고, 약 복용 후 이상 증상이 나타나면 의사나 약사와 상의해야 한다.
유 교수는 “최근 다이어트 열풍으로 다이어트 보조제를 복용하는 경우가 자주 있는데 이뇨제가 포함된 경우가 많다. 신장 기능이 약한 사람이 자주 사용하면 신장 기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새로운 약물이나 여러 가지 약물을 동시에 복용해야 할 때는 반드시 의사나 약사의 상담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상헌기자 honey@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