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판가 협상 난항…수주랠리에도 조선업 ‘울상’
2023-05-09 석현주 기자
8일 업계에 따르면 조선업체와 철강업체는 올해 상반기 협상을 현재도 마무리 짓지 못했다. 통상 상반기 후판가 협상이 3월 말에서 4월 초 마무리됐던 것을 보면 양측의 입장차가 그 어느 때보다 큰 것으로 풀이된다.
철강사와 조선사들은 연중 상·하반기로 나눠 두번의 가격 협상을 진행한다. 양측은 매 반기마다 협상 테이블에 앉지만 쉽사리 끝낸 적은 없다. 12월에 마무리된 지난해 하반기 협상에서 현대중공업은 포스코를 상대로 후판 가격을 t당 10만원 내리는데 성공했다.
이들 협상의 기준점은 원재료인 철광석 가격이 큰 영향을 미친다. t당 80달러 대까지도 떨어졌던 철광석은 지난달 4주 차 기준 105.11 달러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 철광석 가격이 상승하고 있는 만큼 포스코는 가격을 꼭 올리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으며, 조선업계는 이를 방어하면서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실제로 철강업계는 올들어 심각한 경기 부진을 겪고 있다. 포스코는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69.6% 하락한 7407억원을 기록하고, 현대제철은 같은 기간 대비 52.1% 하락한 영업이익 3339억원을 기록했다.
현대제철은 하반기는 후판가 인상으로 실적을 개선하겠단 전략을 세우기도 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여전히 철강 시황은 좋지 못한데, 2분기엔 성수기에 돌입하기 때문에 전체적인 판매 물량은 늘 것”이라며 “올해 하반기에 원가·가공비 인상분을 강판·후판가에 전가할 계획으로, 1분기보다는 나은 이익을 기대하면서 강판·후판 고객사들과 협상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역 조선업계 역시 이번 협상 결과가 올해 흑자 전환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필사적으로 가격 인상을 저지하려는 분위기다.
현대중공업을 포함해 국내 조선사들은 지난 2021년 후판 가격이 크게 상승하며 대규모의 적자를 낸 바 있다. 당시 HD현대그룹 조선 중간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은 1조384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 또한 1조6153억원, 1조3120억원의 적자를 냈다.
하지만 지난 2021년부터 시작된 수주 호황이 올해도 이어지고 있고 선가 역시 오르고 있어 이번 협상에서 원하는 성과를 낸다면 흑자 전환을 이뤄낼 가능성이 크다.
또 최근 수주랠리가 이어지면서 실적이 조금씩 개선되긴 시작했으나, 누적 영업손실은 여전히 해소하질 못하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최근 수주 호황이 이어지고 있지만 조선사 상황이 아직 크게 좋아진 것은 아니다”라며 “지금도 어려운 상황이니 후판가가 더 인하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말했다.
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