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석유공사 돈잔치…모럴헤저드 막을 대수술 필요하다

2023-05-09     경상일보

‘총 부채 20조원’으로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한국석유공사가 ‘돈잔치’ 논란의 중심에 섰다. 기업이 벌어들인 이익으로 이자조차 감당하지 못해 ‘한계기업’이라는 오명을 떨쳐내기 위해 경영 정상화에 안간힘을 쏟기는 커녕 사장과 임직원들의 임금을 과도하게 올린 탓이다. ‘신의 직장’ 임을 과시라도 하듯 돈잔치를 벌인 석유공사의 모럴헤저드(도덕적 해이)를 차단하기 위해 특별관리가 필요하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유가가 큰 폭으로 상승한 지난해 울산에 본사를 둔 한국석유공사는 상임 임원의 평균 연봉을 1년 전보다 26.1% 올렸다. 사장의 연봉은 40.9%, 상임 이사는 31.9% 인상했다. 상임 감사만 2.9% 올렸을 뿐이다.

석유공사 직원들 보수(평균 9544만원)도 1년전보다 9.9% 뛰었다. 울산 9개 공공기관 직원 평균 상승률(2.9%) 대비 3배를 웃도는 최고 상승률이다.

문제는 석유공사가 사장과 임직원 보수를 타 공기업보다 월등히 높게 인상할 만큼 재정이 뒷받침되지 못하는 ‘부실 공기업’이라는 데 있다. 석유공사의 연결기준 부채(2021년 기준)는 19조9630억원 규모로 완전 자본잠식 상태다. 때문에 정부의 재무위험 특별관리 대상 공기업으로 지정됐다. 결산 재무제표와 공공기관 경영평가 자료 평가 결과 민간신용평가회사의 ‘투자 부적격’에 해당될 만큼 재무구조가 나빠서 내려진 성적표다.

이런 연유로 석유공사는 정부의 각종 공기업 평가에서 늘 낙제점이다. 기획재정부가 올해 발표한 2022년 전국 공공기관 대상 고객만족도 평가에선 2년 연속 최하위인 ‘미흡’ 등급을, 중소벤처기업부 주관 지난해 공공기관 동반성장 평가에서도 최하인 ‘개선 필요’ 등급을 받았을 정도다.

물론 석유공사가 지난해 사상 최대의 영업이익(1조7778억원)을 내고 12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한 것은 박수를 보낼 일이다. 그러나 재무제표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순이익은 3130억원에 불과하다. 영국·베트남 등 해외 자산 매각을 통한 투자금 회수(1조3890억원)라는 ‘일회성 호재’의 영향이 컸던 것이다.

순이익도 천문학적인 부채규모와 비교하면 빙산의 일각 정도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국제 에너지 가격 급등이라는 호재가 사라진다면 다시 적자의 늪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공기업의 방만경영의 책임은 고스란히 국민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온다. 공기업의 방만경영을 차단하기 위한 대수술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