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운문댐 물 이용 막는 환경부, 물문제 해결 의지 있나
울산시민들을 위한 맑은물 확보 대책이 진퇴양난의 막다른 골목에 직면했다. 사연댐 여수로 수문공사를 오는 2025년부터 시작해야 하는데, 부족한 물을 확보하는 방안은 없는 상태다. 여수로 수문을 통해 사연댐의 물을 일정 수준까지 빼야 반구대 암각화를 물 밑에서 구할 수 있는데, 이렇게 되면 시민들의 식수는 그만큼 부족해질 수 있다.
울산시와 시민들을 더욱 답답하게 하는 것은 환경부의 태도다. 울산시는 최근 ‘2040 울산시 수도정비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고시했다. 이 수도정비계획에는 당초 운문댐 용수의 울산 공급을 위한 관로 설치 등을 담기로 했다. 시는 이를 전제로 환경부와 협의를 진행해 왔다. 그러나 환경부는 지난해 수립한 국가 상수도 최상위 계획인 ‘2040 국가수도기본계획’에 관련 내용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울산시 수도정비계획에 담긴 운문댐 용수 울산 공급 방안을 삭제할 것을 요구했다. 상위 계획에 반영되지 않은 내용을 하위 계획에 담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었다. 결국 울산시는 환경부의 요구를 수용해 운문댐 물 이용 문제는 수도정비계획에서 삭제했다.
이 가운데 환경부와 한국수자원공사가 반구대암각화 보존을 위한 방안으로 추진한 ‘사연댐 안정성 강화사업’은 지난 9일 기획재정부의 사업계획 적정성 재검토를 통과했다. ‘사연댐 안정성 강화사업’은 사연댐 여수로에 3개의 수문을 설치해 현재 60m인 사연댐 수위를 52.2m로 낮춰 53m 높이에 있는 반구대 암각화의 침수를 막는 것이다. 환경부는 조만간 기본 및 실시설계에 들어가 2025년에는 착공한다는 방침이다.
결과적으로 울산은 물 확보 대책이 없는 상황에서 사연댐 여수로 수문 공사만 시작되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 환경부는 낙동강 통합 물 관리 방안의 진척이 생기면 운문댐 용수의 울산 공급 방안을 국가수도기본계획에 담는다는 입장이지만, 대구구미간 물 다툼은 쉽사리 끝날 태세가 아니어서 물 문제는 갈수록 미궁으로 빠지고 있다. 여기다 환경부는 대구와 구미간의 물 문제를 팔짱을 끼고 바라보고만 있는 형국이다.
반구대 암각화를 물 밑에서 꺼내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그 보다 중요한 것은 울산시민들이 먹을 물을 안전하게 확보하는 것이다. ‘2040 국가수도기본계획’에 물 확보 대책이 없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울산시는 환경부를 더욱 압박해 경북지역 물 문제 해결을 종용해야 할 것이다. 대책없이 사연댐 물만 빼다가는 또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