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화강]다가오는 슈퍼 엘니뇨

2023-05-15     경상일보

지난 5월 초 그동안의 겨울 가뭄을 해소하는 반가운 비가 내렸는데, 그 정도는 참으로 기상천외였다. 남부지방도 대체로 그랬지만, 특히 제주도의 경우 하루 300㎜를 넘는, 한라산의 경우 3일 누적 1000㎜를 넘어서는 그야말로 물 폭탄이 투하됐다. 제주에서는 1961년 기상관측을 시작한 이래 역대 최고 기록이다. 봄철 야외행사 취소는 물론 강풍과 급변풍으로 수백 편의 항공편 결항이 발생해 엄청난 혼란이 생겼다.

한편, 지난해 8월 초에는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과 중부지방에 115년 만의 폭우로 도심 곳곳이 마비돼 큰 어려움과 피해를 보았다. 동작구와 같은 도심에 시간당 141㎜가 퍼붓는 등 시간당 강수량 역시 80년 만에 최다를 기록할 만큼 역대급 물 폭탄이었다. 보통 대도심의 하수시설은 시간당 100㎜가 넘는 그야말로 물 폭탄은 감당하기 어려우므로 하수처리 용량을 넘어 내린 강우량에 대처하는데 어려움이 컸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세계적인 이상기후로 국지성 호우가 잦아지는 상황에서 그에 맞는 예방 대책을 제대로 마련하지 못해 피해가 컸고, 이에 대한 방비를 서둘러야 할 지경이다.

올해 6월부터는 4년 만에 태평양 적도 부근 온도가 높아지는 엘니뇨 현상이 두드러질 것으로 예고된다고 한다. 기상청에 따르면 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이미 급속하게 오르면서 엘니뇨가 애초 전망보다 많이 앞당겨 5월부터 시작될 것이라고 한다. 동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0.5℃ 이상 높은 상황이 5개월 이상 지속할 수 있다는 예측이다. 엘니뇨가 발달하면 우리나라는 여름철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강수량이 늘어났다.

기상청은 엘니뇨가 일어나는 해에 열대 중태평양에서 동아시아 지역으로 대기 파동이 유발돼 한반도 남부를 중심으로 저기압 발달이 강화되는 특징을 보였다고 분석한 바 있다. 통계적으로는 엘니뇨 시기 남부 중심의 집중호우와 잦은 태풍 발생 등이 예상되나, 최근 기후변화가 큰 만큼 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특히 올해 지구 해수면 온도는 마지막으로 ‘슈퍼 엘니뇨’가 발생한 2015~2016년보다 높은 수준으로 관측된다. 더군다나 슈퍼 엘니뇨는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2℃ 이상 높은 현상으로, 올 여름, 그리고 하반기에 이상기후와 기상재해가 더욱 심하게 나타날 것으로 예측된다. 물론 이 같은 이상기후와 집중호우 같은 이변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발생할 것이다. 지역별로 가뭄, 산불, 홍수가 연쇄적으로 발생할 것인데, 한반도 중남부 지역을 중심으로는 강수량이 또다시 역대급으로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물 폭탄과 같은 이례적인 집중호우에 대한 대책으로는, 보다 근본적으로는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이 필요할 것이다. 탄소 배출 저감, 에너지 효율화, 온실가스 흡수를 위한 숲 조성, 친환경 교통정책 추진 등 전 지구적인 기후변화 대응 협력 프로그램 운영이 필요할 것이고, 성과나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리겠지만 이미 여러모로 추진되고 있다.

문제는 당면한, 예상되는 올 여름 집중호우다. 조기에 대응태세를 수립할 필요가 있다. 우선 기상 예측과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울러 집중호우 발생시, 신속한 대처 계획 수립, 강우량이 많은 지역에서의 홍수 피해 예방 조치, 침수나 산사태 등을 예방하기 위한 토지 관리 강화, 지역 주민들과 협력해 대처 방안을 마련하고, 발생시 신속한 대응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미 예측되고 발생 가능한 재난에 조기에 대응할 방안 마련과 실행이 시급하다.

남호수 동서대학교 교학부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