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하늘 같은 스승의 은혜
“스승의 은혜는 하늘 같아서 우러러볼수록 높아만 지네~아아 고마워라 스승의 사랑 아아 보답하리 스승의 은혜”
해마다 5월15일, 스승의 날이 오면 ‘스승의 은혜’라는 노래가 저절로 입안에서 맴돈다. 마음은 울컥해지고, 눈가에는 눈물이 맺힌다. 세월이 흐르고, 나이가 들수록 학창 시절 스승님들을 떠올리면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아쉬움과 애틋함이 느껴진다. 아쉬움은 속절없이 흐르는 시간이고, 애틋함은 스승님들과 이승과 저승이라는 강을 사이에 두고 이별해야 하는 어쩔 수 없는 숙명(宿命) 때문인지도 모른다. 이별의 강이 어디 스승과 제자 사이에만 해당하겠는가. 동문수학(同門受學)하고, 동고동락(同苦同樂)했던 친구 사이에도 별반 다를 게 없다. 필자(筆者)는 특히, 청춘의 심장이나 다름없었던 고등학교 시절 만났던 친구와 스승님들에게 각별한 마음이다. 질풍노도의 시기를 함께 보냈던 그들이 옆에 있었기에 오늘의 내가 존재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애정 어린 질책과 충고를 아끼지 않았던 스승님들과 언제나 사랑과 믿음을 보내주었던 친구 덕분이다.
필자는 1975년 울산고등학교를 입학해 1978년 졸업했다. 고등학교 졸업기수로는 22회다. 벌써 졸업한 지 45년 되었고, 머지않아 졸업 50주년을 맞이한다. 이순(耳順)을 지나 종심(從心)을 맞이할 나이를 목전에 두니 연로하신 스승님들이 더 보고 싶다. 생물학적으로 허락된 시간이 점점 줄어든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인간의 생명은 무한(無限)의 영역이 아닌 유한(有限)의 영역이다. 그렇기에 한 번이라도 더 봐야 한다는 조급증이 생길 수밖에 없다. 친구들 또한 마찬가지다. 백세 시대에 육십은 한창이라고 하지만, 누구도 앞날을 예측하거나 감히 장담할 수 없다. 필자를 포함한 울산고 22회 졸업생은 남다른 동기 사랑으로 똘똘뭉쳐 있다. 졸업과 동시에 진학이든 취업이든 각자의 길로 뿔뿔이 흩어지면 연락도 만남도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울산고 22회는 졸업 직후부터 동기 모임을 만들어 꾸준히 만나왔다. 동기들 모임도 좋지만, 3년간 함께 정을 나누었던 스승님들과 같이 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나왔고, 모두가 두 손 들어 동의했다. 그래서 서른을 갓 넘긴 91년부터 스승의 날을 기념하여 사제 간 만남의 행사를 지속하고 있다. 코로나 사태 속에서도 방역 수칙에 어긋나지 않은 선에서 스승님들을 초대해 맛난 음식을 대접했다.
총동문회 주최 행사가 열리면 22회는 항상 최다 참가상을 독식할 정도로 고래 심줄 같은 끈끈함과 단결력을 과시하고 있다. ‘불독’이라는 별명으로 유명했던 배상수 교련 선생님이 뇌경색으로 쓰러져 병원에 있을 때, 22회 동기들은 십시일반 각출해 선생님이 틈틈이 습작한 시를 모아 시집을 발간해 증정했다. 지역 사회는 물론 전국적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때 병석에서 시집을 받아들고 눈시울을 붉히면서도 파안대소(破顔大笑)하던 스승님의 모습이 필자와 우리 동기들에게는 감동의 한 장면으로 꼽힌다.
작년에는 스승의 날 모임을 하루 앞두고 또 한 분의 스승님이 돌아오지 못할 먼 길을 떠나셨다. 그날 우리 동기들은 다시금 굳게 결의했다. 한 번이라도 더, 한 분이라도 더, 건강할 때 만나 뵙고 모시자고 다짐했다. 올해로 32년째 맞는 울산고 22회 동기회 스승의 날 모임에는 김태용, 권오영, 김인석, 서정원, 오병호 선생님이 참석할 예정이다.
2023년 5월15일은 황혼 속에서 살고 계시는 스승과 황혼에 접어든 제자가 함께 찬란했던 화양연화(花樣年華) 시절을 되돌아보는 멋진 하루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자신을 태워 어둠을 밝히는 촛불처럼 제자들을 위해 아낌없는 사랑을 베풀어주신 스승님들의 만수무강(萬壽無疆)을 빌며, 배상수 선생님의 시 ‘촛불’을 바친다. ‘자신을 불태우면서/ 희망과 봉사만으로/ 주변을 밝히는 촛불이여~그대가 사는 한/ 밝은 날은 꼭 오리라./
이재복 울산고 22회 동기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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