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미국의 부채협상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
미국 경제가 좋으면 우리 경제에도 도움이 된다. 반면에 미국 경제가 안 좋으면 우리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최근 미국 정부와 의회 간에 진행 중인 부채한도 상향조정 협상이 주요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2021년도 말에 의회로부터 승인받은 미국의 부채한도 규모는 31조4000억 달러였다. 한도 증액이 없으면 부도 위기에 직면하는 상황이다. 급기야 지난 1월 31조5000억 달러의 부채를 기록하자 미국 재무부가 연방공무원 퇴직·장애인 연금 신규 납부 유예 등 비상조치를 취했다. 미국의 부채한도 조정은 1960년 이래 78회나 있었지만 6월초까지 증액하지 않으면 사상 초유의 미국 국가부도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한다. 야당인 공화당이 다수인 하원에서 내년도 대선을 앞둔 시점에 민주당 정부의 손을 들어 줄지 정치적 상황도 복잡하다.
부채한도를 늘린다 해도 숙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새로 발행될 국채가 시장에서 제대로 소화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종전까지는 연준과 외국중앙은행, 금융회사들이 주된 매수자였지만 지금은 사정이 그리 녹록치가 않다. 먼저, 발권력을 가진 연준이 강력한 인플레 억제책의 일환으로 긴축정책을 펴고 있는 상황에서 돈을 더 찍어내기가 쉽지 않은 형편이다. 바로 며칠 전에도 추가적인 0.25%p의 금리 인상을 한 연준의 정책 의지와도 배치되는 문제가 생긴다. 그리고 미 국채의 주요 해외 고객이던 중국, 일본의 중앙은행 사정도 달라져 있다. 최대 매수처인 중국은 계속되는 갈등의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많다. 제2의 수요처인 일본도 급속히 늘어난 자국의 국가부채로 돈이 마르고 형편이 어렵다.
끝으로 자금 운용 수단으로 미 국채를 사들이던 금융회사들이 실리콘벨리은행(SVB) 부도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점도 미국에게는 또다른 악재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은행인 SVB가 파산하게 된 주 요인이 그간 투자했던 미 국채의 가격 폭락으로 초래됐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더구나 그 영향으로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마저 SVB 붕괴 이후 고객들이 돈을 인출하면서 금융계는 위기에 몰렸다. 미국 최대은행인 JP모건이 인수해 급한 불은 껐지만 미국 은행의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여전히 남아 있다. 그러니 금융회사들이 미 국채를 선뜻 사들일지는 두고 볼 일이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이유는 미국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 때문이다. 그로 인해 파생되는 문제가 우리 경제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국가 경제의 부도 가능성을 나타내는 5년물 국채의 CDS프리미엄이 미국의 경우 지난 1월 30bp대에서 4월에는 50bp대로 올라 위험성이 높아졌다. 미국의 부채협상이 막판 타결되길 바라지만, 행여라도 실패로 끝나면 국제 신용평가사의 국가신용등급 강등과 같은 부정적 평가도 배제하기 어렵다. 그 여파로 우리 경제에 닥쳐올지도 모를 충격에 선제대응할 필요가 있다. 과거 미국의 위기상황이 유럽 재정위기로 옮겨붙은 사례도 있는 만큼 방심은 금물이다.
우리 경제가 최근 무역적자와 함께 경상수지마저 1분기 적자로 돌아서고 재정적자도 늘어나는 ‘쌍둥이 적자’ 위험성이 커지고 있어 우려스럽다. 그만큼 기초체력이 약해졌다는 얘기다. 특히 최근 1.75%p까지 벌어진 한미 금리차를 감안하면 정책당국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시의적절한 금융 통화정책으로 금융안전망 보강과 함께 금리 격차로 인한 투자자금의 움직임과 부동산 PF부실 위험도 세밀히 살피는 동시에 효율적인 산업정책을 통해 실물경제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급선무다. 우리가 대외 의존도가 높은 소규모 개방경제 체제인 점을 감안해 아직은 여유있는 외환보유고를 바탕으로 환율 안정을 꾀하면서 대외 경상수지 흑자를 회복할 만큼 경제의 기초체력을 다질 수 있도록 기업의 투자 활성화도 적극 유도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특별히 강조하고 싶다.
“성밖에 불이 나면 성안의 연못에 물이 마른다”는 말이 있다. 성밖에 불이 날 조짐이 보이면 화를 입지 않도록 성안의 연못에 물을 충분히 채워두어야 한다는 교훈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박대동 전 국회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