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표류하는 울산항, 에너지 특화 항만 개발에 속도 내야

2023-05-17     경상일보

울산신항 개발사업의 핵심인 동북아 오일허브 사업이 사업비, 경제성, 운영법인 구성 등의 문제로 표류를 거듭하며 ‘반쪽짜리’로 전락할 공산이 커졌다. 2020년이 되면 ‘세계 4대 석유거래도시’의 도약과 엄청난 경제적 효과를 누릴 것이라는 2013년 말 착공 당시의 장밋빛 청사진은 빛이 바랜지 오래다. 무엇보다 경제성이 부족해 오일허브 2단계 남항사업은 좌초위기다. ‘동북아 에너지 허브’를 염원하는 울산의 꿈이 멀어지고 있는 것이다.

울산항만공사(UPA)는 17일 ‘울산항 항만기본계획 재검토 용역’ 착수 보고회를 열고 울산항 물류 경쟁력 확보를 위해 개발 계획을 전면 재검토한다고 밝혔다. 제4차 항만기본계획(2020∼2030) 변경안에는 오일허브 남신항 2단계, 에너지허브 2단계 지역의 평면계획 등에 대한 재검토 계획이 담길 예정이다. 울산항의 청사진을 새로 그리겠다는 것이다.

UPA가 울산항 개발계획을 재검토하는 것은 오일허브 2단계 남신항 사업(1600만배럴)이 한국석유공사가 2021년 실시한 사업성 재조사에서 경제성 부족을 이유로 사업 추진 보류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 여파로 남항 사업은 ‘올스톱’ 상태다. 이에 따라 남신항을 수소·암모니아 중심의 ‘종합 에너지 물류 터미널’로 사업 모델 변경도 검토중이다.

당초 동북아 오일허브 구축사업은 2020년까지 국·시비 등 1조6620억원을 들여 울산신항에 2840만 배럴규모의 원유·제품 저장시설, 접안시설 9개 선석, 대규모 배후단지를 건설하는 사업이었다. 사업 추진시 생산유발 5조2322억원, 부가가치 유발 2조2353억원에 달하는 경제적 효과 점쳤다. 또 국제석유거래소를 설립해 국제 금융거래와 각종 파생상품 거래로 석유 물류와 금융이 융합된 ‘물류·금융도시’ 도약도 기대했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지금 원대한 계획은 거의 공수표가 됐다. 갈짓자 행보로 여전히 표류 중이다. 사업성 논란 등으로 운영법인 구성에 난항을 겪더니, 최근에는 에너지 전환·탄소 감축 등의 여파로 사업성에 발목이 잡혀있다. 항만기본계획은 향후 울산항의 큰 그림을 그리는 작업이다. 북항의 탱크터미널 상업운전은 내년 하반기로 잡혀 있을만큼 속도가 더디다. 수소, 암모니아 등 신 에너지원을 추가해 동북아 최대 에너지 특화 항만으로의 개발에 속도를 내야 한다. 울산항의 미래는 곧 울산의 미래다. 부산이 가덕도 신공항을 계기로 육상과 해상 물류를 장악하려는 이 때 울산항은 울산의 유일한 ‘에너지 실크로드’임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