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일기]선생님의 사랑으로 빛나는 아이들
4월의 생생한 연둣빛이 초등학생인 우리 딸 마음에 가득했다. 서먹함이 사라지고 금세 친해진 반 친구들과 함께하는 현장체험 학습이 있어서다. 한껏 들뜬 얼굴로 가져온 가정통신문을 보면서 나의 작은 고민은 시작됐다. 소풍 도시락과 간식을 어떻게 준비하지? 도시락을 열기만 해도 봄향기가 솔솔 나는 도시락으로 기분 좋은 소풍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가득했다.
평범한 김밥 도시락으로 하루 다녀오면 되는 건데, 뭘 그렇게 유별나게 준비하느냐고 핀잔받을 수도 있지만, 나는 소풍 도시락에 후회되는 일이 있었다. 살림에는 큰 솜씨가 없는 바쁜 워킹맘이라는 핑계로, 작년 딸아이 소풍 도시락을 간단히 챙겨주었더니 소풍을 다녀온 딸아이가 단단히 화가 났었다. 다른 친구들은 예쁜 도시락에 알콩달콩 귀여운 간식까지 싸왔는데, 자기만 그렇지 않아서 속상했다며 울면서 이야기했다. 한창 예민한 나이인데, 내가 아이의 마음을 세심히 챙기지 못했다는 마음에 정말 미안했다.
그래서 올해 소풍은 작년의 실수를 만회해보겠다는 야무진 다짐으로 준비했다. 새 도시락도 사고, 원하는 메뉴와 간식으로 준비했다. 오후쯤 소풍 잘 다녀왔냐고 물었더니 딸아이의 목소리가 좋지 않았다. 뭔가 이상하다 싶은 찰나에, 담임 선생님의 긴 문자가 왔다. ‘체험학습을 가는 차 안에서는 쫑알쫑알 이야기도 잘하고 잘 놀았는데, 점심시간에는 뭔가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도시락을 먹지 않겠다고 하고 속상해하는 것 같았어요’하는 선생님의 걱정이 담긴 문자였다. 나는 그제야 모두 이해가 됐다.
담임 선생님 덕분에 상황을 알고 나니 나의 힘들었던 감정도 잦아들고, 편안한 마음으로 대화할 수 있었다. 소풍 내내 딸아이의 마음과 행동을 세심히 챙겨봐 주시고 학부모에게도 미리 알려주신 담임 선생님 덕분에, 작년의 힘들었던 기억이 반복되지 않았다. 오히려 서로의 감정을 더 깊이 이해하는 사랑의 마음도 표현할 수 있었다.
체험학습 내내 학급 전체의 안전을 챙기시면서도, 학생 한명 한명이 즐겁게 보내고 있는지를 사랑으로 바라봐주신 담임 선생님의 아름다운 눈빛이 절로 그려졌다. 그리고 속상한 일이 있어서 삐죽거리고 있는 우리 딸에게 가벼운 농담과 대화로 그 마음을 알아주고 받아주신 선생님의 사랑에 진심으로 감사했다. 눈길 한 번, 대화 한번의 가벼운 사랑이 이렇게나 큰 의미가 있다는 것이 나에게 깊은 울림으로 다가왔다.
올해 스승의 날을 맞아 담임 선생님께 어떤 이벤트로 축하해드릴까를 학급 전체가 고민하고 회의한 이야기를 딸아이가 해주는데 내가 절로 행복했다. 담임 선생님의 진심 어린 사랑이 아이들을 통해 빛나고, 그 빛으로 학부모까지 행복해지는 신기한 경험이 5월이라 더욱 눈부시고 아름답다.
김건희 대송고등학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