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파크골프로 ‘건행’하세요
봄은 가을과 함께 골퍼들의 계절이다. 덥지도 춥지도 않아 골프를 즐기기에 더없이 좋은 시기이다. 겨우내 움츠렸던 몸과 마음을 녹색 잔디에서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여유와 활력을 만끽할 수 있다. 1997년 IMF로 국민이 절망에 빠져있을 때, 양말을 벗고 호수에서 혼신의 샷을 날리던 박세리의 모습에서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용기와 희망을 안겨준 것이 골프였다. 박세리 뒤를 잇는 속칭 ‘세리 키즈들’은 이후 세계 골프를 주름잡았다. IMF졸업과 함께 우리나라에서도 골프는 대중스포츠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골프 인구도 늘어나고, 골프 인프라도 속속 확대됐다. 그렇지만, 골프는 아직도 돈이 많이 드는 스포츠라는 기존 관념과 인식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이다. 코로나로 해외로 나가는 골퍼들의 발이 묶이면서 국내 골프 이용료도 덩달아 뛰어오른 것도 한몫 거들었다.
그 틈새를 비집고 파크골프가 화선지에 먹물 스며들 듯 영역과 저변을 넓히고 있다. 생활체육 활성화도 파크골프 확산에 기여했다. 파크골프는 말 그대로 공원에서 골프를 즐긴다는 개념이다. 공원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공원 같이 작은 공간에서도 골프의 진면목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파크골프는 1983년 일본의 작은 시골 마을에서 유래됐다. 잡초만 우거진 하천 부지의 쓸모 없는 공간을 활용할 방법이 없을까 고심하던 마에하라 츠요시가 골프를 접목해보자는 시도가 성공해 오늘에 이르게 됐다. 파크골프의 종주국인 일본은 현재 1800여개가 넘는 파크골프장에 동호인이 400만명을 넘는다. 마에하라씨는 1987년 국제파크골프협회(IPGA)를 설립해 회장을 맡으면서 파크골프를 국제적인 스포츠로 육성 및 발전시켰다. 경기 규칙과 장비 등은 골프와 유사하지만, 파크골프를 패밀리스포츠, 실버스포츠, 친환경스포츠라는 목적과 목표를 달성하는데 주안점을 두었다.
우리나라 파크골프는 2000년 진주 상락원 파크골프장 개장을 시초로 전국적으로 확산됐다. 초기에는 주로 실버스포츠에 걸맞게 노년층이 중심이었다. 베이비붐 세대의 본격적인 정년퇴직과 맞물리면서 건강증진과 친목도모 차원에서 파크골프를 즐기는 인구와 동호회가 급증하고 있다. 신생 스포츠에 대한 생경함과 골프의 아류라는 이유로 처음에는 미지근했고, 열기도 뜨겁지 않았다.
울산도 몇몇 사람이 보급에 앞장섰지만 반응은 시큰둥했다. 그러던 차에, 2006년 필자는 김두겸 시장이 남구청장으로 재직때 함께 일본 시모노세키를 방문해 파크골프에 관한 전반의 노하우에 대해 설명듣고 전수받았다. 협회를 만들어 파크골프 대중화에 전력을 쏟았다. 그 결과, 구군 협회도 설립되고, 파크골프장도 조성됐다. 인프라와 시스템이 갖춰지면서 파크골프는 생활체육의 새로운 강자 반열에 올라서게 됐다. 노년층 중심에서 남녀노소, 그리고 가족이 함께 하는 패밀리스포츠로 발돋움했다.
파크골프 인구 증가 속도에 비해 파크골프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을 구축하는 속도가 느리면서 병폐도 나타났다. 누구나 편리하게 즐길 수 있어야 한다는 원칙이 기득권의 벽에 가로막혀 훼손되고 있기 때문이다. 파크골프의 성장과 발전을 저해하는 가장 큰 걸림돌이다. 울산대공원 파크골프장처럼, 누구든 언제나 저렴한 가격에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특정한 사람과 단체의 전유물로 전락해서는 파크골프가 국민스포츠로서 활성화될 수 없다.
파크골프가 가족의 건강과 화목을 지키는 스포츠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인프라와 시스템 확충이 시급하다. 현재 울산에는 6곳의 파크골프장이 운영중이고 협회 동록 동호인도 4000명에 육박한다. 파크골프장 신축은 시민의 건강과 여가, 울산의 즐길거리 확충을 위해서도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최근 우리 시는 김두겸 시장의 공약에 따라 태화강역 뒤 쓰레기매립장으로 활용했던 6800여평의 녹지에 54홀 규모로 전국 최대의 파크골프장을 짓기로 했다. 녹지 기능도 살리면서 접근성도 좋아 파크골프가 추구하는 친환경스포츠와 실버스포츠에 더해 패밀리스포츠를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 2025년 완공 이후, 이곳 파크골프장에는 파크골프를 즐기며 건행(건강과 행복)을 다지는 가족들의 웃음꽃이 만발할 것으로 기대한다.
김종대 울산시 대외협력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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