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철호의 反求諸己(61)]함께 행복한 사회, 녹명(鹿鳴)
‘녹명(鹿鳴)’은 <시경> ‘소아’ 편에 나온다. 원문은 ‘기쁜 소리로 사슴이 울며, 들판의 쑥을 먹는다(鹿鳴, 食野之)’이다. 수많은 동물 중에서 사슴만이 먹이를 발견하면 함께 먹자고 동료를 부르기 위해 운다고 한다. 여느 동물들은 먹을 것을 발견하면 혼자 먹기 위해 숨기거나 싸우거나 한다. 심하면 뺏기도 한다. 그런데 사슴은 오히려 울음소리로 함께 먹자고 부른다. <시경>에서는 ‘녹명’을 임금이 어진 신하들을 불러 연회를 베풀면서 군신 사이의 정을 노래한 것을 비유한 노래라고 했다. 그 어느 것이든 녹명은 남과 나누고 베풀고자 하는 마음이 담겨 있다.
어떤 사람이 지옥에 갔더니 산해진미를 앞에 두고 다들 굶주림으로 고통받고 있었다. 천국에 갔더니 역시 산해진미를 앞에 두고 있었는데 다들 배부름으로 행복해하고 있었다. 둘의 차이는 하나였다. 두 곳 모두 사람들 손에 긴 숟가락이 묶여 있었는데, 지옥은 사람마다 직접 먹으려고 하니 먹지 못해서 모두 굶주렸고 천국은 사람들이 서로 떠서 먹여 주니 모두가 배불렀다. 천국과 지옥의 차이는 나 혼자 잘 살겠다는 마음 대신 함께 잘 살겠다는 마음을 갖는 데 있었던 것이다.
<이기적 유전자>의 저자인 리처드 도킨슨은 “남을 먼저 배려하고 보호하면 남이 결국 내가 될 수 있다”라고 했다. 약육강식으로 이기 유전자만이 살아남는 게 아니라 서로 돕는 종이 더 우수한 형태로 살아남는다는 게 도킨슨의 주장이다. 요즘 사람들은 대체로 나누고 베풀기보다는 나만을 위하는 삶을 산다. 그런데 진실로 나를 위하는 삶은 남을 위하는 삶이다. 내가 남에게 나누고 베풀면 남도 나에게 그렇게 하기 마련이다. 나 혼자 나를 위하는 것보다는 나와 남이 함께 나를 위하는 것이 더 나를 위하는 길이다.
요즘 우리사회는 남은 어떻게 되든 나만 잘 되면 된다는 이기적 개인주의가 만연하다. 나는 우리사회가 먹이를 앞에 두고 사슴과 같은 마음으로 울 수 있는 사회, 그래서 함께 행복한 사회였으면 좋겠다.
송철호 인문고전평론가·문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