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화강]조직의 효율화가 개혁이다

2023-05-22     경상일보

5년전 ‘산책로의 소공원에 철봉을 설치해 달라’는 민원을 관할 구청에 낸 일이 있었다. ‘당장 예산이 없으니 내년에 반영될 수 있도록 검토해 보겠다’는 답을 들었다. 이후 소식이 없었고 한번 더 요청했음에도 수년간 감감 무소식이었다. 최근에 생각이 나 전화했더니 ‘다른 소공원에 시설할 계획이 있는데 그때 반영하겠다’고 하였다가 얼마뒤 다시 물어보니 ‘소공원 관련 위원회에 논의 의제로 올려보겠다’고 하였다. 서울 모 구청의 일인데 속칭 뺑뺑이돌리는 느낌이 들고 행정 업무 처리나 절차가 형식적이고 비효율적이라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크게 보도되지 않았으나 현재 공무원 조직을 포함해 공공 부문 개혁이 추진중인 것으로 안다. 얼마전에 공기업 등의 영업이익이 반으로 줄었음에도 직원수가 늘었고, 어떤 곳은 영업이익이 9분의 1 수준으로 줄었으나 직원수가 60%이상 늘었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다. 비효율의 극치로서 개인 기업의 경우라면 이미 직원들중 상당수는 직장을 잃었을 것이다. 수익성이 곤두박질함에도 직원수가 늘어난 것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과 공공 일자리 확대 정책의 영향 때문이겠지만 공무원 배증의 법칙(행정학에서는 파킨슨 법칙이라 한다)이라는 특성이 작용한 탓도 있을 것이다.

주어진 임무를 더 많이 수행하거나 업무를 재분배하는 대신에 신입 공무원 채용을 통해 업무를 경감하려고 하거나 신입 공무원이 증가하면 다시 조직 내부의 지시 통제 보고 등 부수적 업무가 증가함으로써 또 다른 업무량이 늘어나는 특성이 공직 사회에 본질적으로 내재해 있다. 이러한 부하 배증과 업무 배증에 따라 공무원의 수는 계속 증가하게 될 것이므로 굳이 인위적으로 공무원 수를 늘리는 것은 맞지 않다. 조직의 효율화를 무시하고 일자리만을 늘리기 위한 인위적인 공무원 수의 증가와 조직 확대는 넌센스일 수 있다.

투입 대비 산출의 비율 즉 효율성 내지 생산성이 높아질 있도록 조직을 만들고 운영하여야 한다는 것은 상식에 속한다. 25년이 넘는 나의 공직 경험에 의하면 통상 새 정부가 들어서면 공직 사회에는 업무 분석과 인력 진단을 통하여 불필요한 부분을 축소하고 재배치했던 기억이 있다.

최근 울산 향우들의 서울 ‘태화포럼’모임에서 울산광역시장은 울산시 공무원 채용을 동결해 재조정과 재배치로 효율성을 높이고 예산 절감을 하고 있다고 했다. 공감이 간다. 일부러 늘리지 않아도 공무원 사회에는 출세 기회 확대와 조직 보호를 위해 인원과 조직이 확대하는 경향이 있다. 일자리 늘리기는 규제 철폐와 투자 확대로 민간 영역에서 일어나야 바람직하다고 보는 것이 중론이다. 오히려 업무 진단을 통해 직원수를 줄이는 효율화가 맞는 방향이다.

직원 수를 늘리기보다 명확한 미션, 목표, 동기를 부여해 목표가 달성하도록 하는 것은 조직 구성과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는 일이다.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음에도 주어진 시간을 최대한 사용해 작업 시간을 늘이는 것은 곤란하다. 소공원에 철봉 한개 설치하는 일은 단순한 일이다. 그런데 지난 4년간 감감 무소식이었고 금년에도 수차 전화를 하였음에도 이런 저런 방향으로 왔다갔다 하면서 계속 절차가 지연되는 것을 지켜보면서 예산이나 행정 절차의 문제도 있겠지만 비효율적인 조직 구성과 운영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공적 조직의 구성에 있어 비효율적이고 비생산적인 요소의 제거는 빠른 의사 결정과 협업을 통한 효율적인 업무 처리만큼 중요하다. 공공 개혁은 조직내의 효율성과 생산성 향상에 맞게 이루어져야 한다. 상층부는 말할 필요도 없고 집행 부서의 말단에 이르기까지 재배치와 재조정으로 조직의 효율성을 높이는 일은 공공 개혁에서 핵심적 사항이다.

박기준 변호사 제55대 부산지방검찰청 검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