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러시아 현지 공장 딜레마

2023-05-23     석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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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에 있는 현대차 공장 두 곳의 매각을 둘러싸고 엇갈린 관측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 공장 처리 방안을 두고 현대차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22일 최근 국내·외 언론보도를 종합하면, 현대차 러시아 생산법인(Hyundai Motor Manufacturing Rus LLC·HMMR)의 공장 두 곳 매각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2010년 지어진 현대차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과 2020년 현대차가 인수한 인근 제너럴모터스(GM) 공장 두 곳을 매각하려다 러시아 정부에 의해 거절됐다는 주장과 연내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을 재가동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처럼 현대차의 러시아 시장 철수 여부를 두고 설왕설래가 이어지는 가운데, 현대차는 아직 회사 차원의 최종 결정이 내려지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이날 현대차 관계자는 “다양한 방법을 열어두고 러시아 공장 처리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며 “아직 결정된 바는 없다”고 말을 아꼈다.

현대차는 2011년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을 짓고, 연간 20만대의 자동차를 생산해왔다. 인근 GM 공장을 인수하며 생산량을 30만대까지 늘렸다.

2500여명의 직원이 현지 맞춤형 모델인 쏠라리스와 글로벌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 크레타, 기아 리오 등을 생산하던 중 전쟁이 발발한 뒤 유급휴직, 감원, 운영 중단에 이른 상태였다. 전쟁 발발 전인 2021년 8월 기준 현대차·기아는 러시아 자동차 점유율 1위(28.7%)였지만 전쟁 발발 이후 판매량이 0으로 떨어져 중국·러시아 업체가 그 빈자리를 차지한 상황이다.

이를 두고 올해초부터 현대차가 두 공장을 놓고 카자흐스탄 기업과 매각을 조율중이라는 국내·외 보도들이 쏟아졌다.

하지만 공장 매각도 쉽지 않다. 자산 규모가 2조원을 웃돌아 몸집이 큰 데다, 현대차 해외 사업에서 러시아가 차지하는 비중도 크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러시아 내 생산을 멈췄지만 비용이 계속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던 중 러시아 재무부는 지난 3월말 외국 기업의 자산 매각 관련 조항을 개정·발표하며 ‘비우호국’ 투자자들이 사업체를 매각할 경우 시장 가치의 최대 10% 세금을 내야 한다고 못 박으면서 분위기가 반전되기도 했다.

일부에선 러시아 정부가 현대차의 러시아 공장 매각 신청을 거절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에 현대차 관계자는 “러시아 공장 매각은 사실무근이며, 아직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밝혔다. 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