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정 울산항 이끌 기술, 예산에 발목

2023-05-23     이춘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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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청정 항만 조성을 위해 추진 중인 이동식 육상 전원 공급설비(AMP·Alternative Maritime Power) 사업이 정부의 긴축 재정 기조로 빨간불이 켜졌다. 울산시는 주무 부처인 해양수산부 대신 산업통상자원부 등을 통해 예산을 확보, 내년부터 사업에 착수한다는 계획인데 험로가 예상된다.

시는 울산항만공사와 함께 내년부터 4년간 친환경 연료 기반 이동식 AMP 사업을 진행키로 하고, 국비 확보를 추진 중이라고 22일 밝혔다.

선박은 항만에 정박할 때 화물 하역이나 내부 시설 가동 등에 필요한 전기를 확보하기 위해 벙커C유 등 연료를 소비해 전력을 생산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동아시아 지역 상위 10대 컨테이너 항만에서 선박의 대기 과정에서 배출하는 오염물질이 전 세계 항만 배출량의 약 20%를 차지하는 등 선박 대기 시 탄소 배출은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고정식 AMP를 통해 육상의 전기를 공급받는 경우도 있지만 여러 문제점으로 상용화에 한계가 있다.

고정식 AMP를 통해 선박이 전기를 공급받기 위해서는 선석에 AMP를 설치하고 선박에는 AMP에서 전력을 받는 장치인 수전 설비를 설치해야 한다. 그러나 선박의 하역이 계약된 선석에는 AMP가 설치되지 않은 경우가 많다. 고정식 AMP 1기당 설치 비용이 약 30억원에 달하며 공사 기간 동안 해당 선석을 이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AMP가 설치돼 있어도 접안 위치를 조정하기 힘들고, 준비 등 작업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는 문제도 발생한다. 수전 설비가 없는 선박이 AMP가 설치된 선석을 먼저 점유하면, 다음 선박은 수전 설비가 있어도 대기 시간 때문에 AMP를 이용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반면 이동식 AMP는 선박이 접안한 부두로 이동해 전력을 공급할 수 있고 별도의 시설 공사도 필요하지 않아 활용도가 높다.

이에 시는 울산항만공사와 함께 친환경 연료 기반의 이동식 AMP 기술력을 확보하기 위해 사업을 추진한다. 시는 화석연료 기반의 전력을 수급 받는 대신 친환경 수소연료를 활용하는 이동식 AMP를 세계 최초로 개발·상용화해 수소 관련 신기술 확보 및 탄소중립 달성에 기여한다는 방침이다.

이 사업은 주무 부처인 해수부의 공감 속에 지난 2021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기획재정부의 심의를 모두 통과했다. 그러나 가동 연료인 부생수소 확보에 대한 우려 때문에 국회 예산 심의 과정에서 부결됐다.

이에 시와 울산항만공사는 암모니아·LNG·메탄올 등을 통해 개질 수소를 확보하는 방식으로 부생수소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사업을 재추진키로 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정부의 긴축 재정 기조가 사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 시는 총 사업비 219억원 가운데 내년도 사업비로 22억5000만원을 부처 예산안에 반영해 줄 것을 해수부에 요청했다. 그러나 해수부는 예산 문제로 사업 규모를 30억원으로 크게 줄이고 내년 사업비는 3억원만 편성할 수 있다고 통보했다. 시와 울산항만공사는 30억원으로는 제대로 된 사업 수행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비슷한 사업을 구상 중인 산업부와 조율해 예산을 편성하는 방안을 타진한다.

울산시 관계자는 “친환경 연료 기반 이동식 AMP 기술 개발은 탄소 저감에 반드시 필요하다”며 “기필코 국비를 확보해 내년 착수에 들어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춘봉기자 bong@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