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울산 대출보증 사고율 4% ‘수직상승’

2023-05-30     석현주 기자
자료사진

#A씨는 동네 커피숍을 개업하기 위해 울산신용보증재단의 보증으로 5000만원을 대출 받았다. 재단 보증으로 낮은 금리에 돈을 빌릴 수 있었지만, 코로나 확산 이후 침체된 지역 경기는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결국 2년만인 지난 연말 가게 문을 닫아야만 했다. A씨는 “원금은 고사하고 이자조차 갚지 못할 지경이었다.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지금은 빚밖에 남은 게 없어 속상하다”고 토로했다.

지역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이 가중되면서 울산지역 내 기업과 소상공인의 대출보증 사고율이 두 배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금리에 경기 부진까지 겹치자 연체율은 높아지고 보증리스크는 커지는 추세다.

더욱이 코로나 극복을 위해 정부가 시행한 대출 유예 조치가 종료되는 오는 9월부터가 최대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울산신용보증재단 연도별 보증 사고 현황
구분 2020년 2021년 2022년 2023년 4월 말
사고금액 142억1900만원 141억4400만원 151억4000만원 354억2000만원
순사고율 1.67% 1.68% 1.63% 4.0%

29일 신용보증재단에 따르면 올해 4월 말 기준 울산신용보증재단의 보증 사고율은 4.0%로 집계됐다. 1.63%였던 지난해 연말과 비교해 두 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그간 울산지역 사고율은 2020년 1.67%, 2021년 1.68%, 2022년 1.63% 등으로 1%대를 유지해 왔지만, 올해 들어 4개월 만에 두 배 넘게 뛰어 4%에 도달한 것이다.

같은 기간 전국보증재단 평균 사고율 역시 2.0%에서 4.63%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여기에다 울산재단이 대신 갚아야 할 빚도 345억2000만원으로 지난 연말(151억4000만원) 대비 두 배 이상 늘었다.

지역신용보증재단은 담보력이 부족한 소기업·자영업자들에게 정부·지방자치단체와 금융회사 등의 출연금을 재원으로 보증을 서주는 기관이다. 보증사고와 대위변제가 불어나면 운용 여력이 떨어져 보증 지원 축소 등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이미 가계·중소기업 등이 경제적 한계를 드러내면서 대출 연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NH농협 등 5대 은행의 연체율은 1년 사이에 0.1% 이상 높아졌고, 특히 울산지역 저축은행의 1분기 연체율은 6년 만에 다시 5% 벽을 넘어섰다.

3고(고금리, 고물가, 고환율) 현상에 경기 부진이 이어지고 있는데다 오는 9월 코로나로 인한 만기 연장, 상환 유예 조치가 만료될 경우 대규모 부실이 터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지역의 한 금융기관 관계자는 “대출 만기가 계속 연장되면서 한꺼번에 보증사고가 터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 대유행 이후 3년간 급증한 대출과 작년 하반기까지 이어진 금리 상승의 여파가 시차를 두고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이라면서 “연체율 상승이 지역경제에 전방위적으로 번져나가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