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모빌리티 클러스터’ 개별사업으로 전환

2023-06-01     이춘봉

울산시가 수소 모빌리티 클러스터 구축 사업의 경제성이 부족하다는 정부 평가에 따라 2년째 진행 중이던 예비 타당성 조사를 철회하고 개별 사업으로 전환하는 결정을 내렸다. 시의 역점 사업이 잇따라 예타 문턱에서 고배를 마심에 따라 지역 홀대론이 제기되는 가운데 정부가 수소 도시 울산의 성공을 위해 개별 사업의 추가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시는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인 수소 모빌리티 클러스터 구축 사업에 대한 예타 진행을 철회했다고 31일 밝혔다.

시는 당초 예타가 원활하게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했다. 그러나 올해 2월 열린 1차 중간 점검회의에서 B/C가 기준치인 1의 절반인 0.5 수준에 그쳐 경제성이 극히 낮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번 예타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아닌 조세재정연구원이 수행하고 있었다. 시는 조세재정연구원이 예타를 담당하면 KDI에 비해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만큼 경제성이 예상보다 낮게 나온 것으로 파악했다. 특히 미래에 발생할 편익을 예타 과정에서 미리 반영할 수 없다는 조세재정연구원의 기조에 발목이 잡힌 것으로 분석했다.

시는 예상보다 낮은 B/C 추정치를 받아들고 고민하다 결국 예타를 철회하기로 결정했다. 현시점에서는 예타 통과 가능성이 낮고, 예타를 다시 수행하기에는 시간 손실이 크다는 점을 감안했다. 이에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 및 기획재정부와 협의해 사업을 쪼갠 뒤 개별 사업으로 전환해 추진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수소 모빌리티 클러스터 구축 사업은 수소자동차 부품 기술 지원센터와 수소건설·산업기계 기술지원센터 구축, 수소배관 13㎞ 설치, 전문 인력 양성·기업 지원 등으로 구성된다.

시는 우선 수소배관 구축 사업은 지방비로 편성돼 있어 계획대로 사업을 진행키로 했다. 또 수소차 부품 관련 분야는 수소차가 양산 단계에 들어서 시급성이 떨어지는 만큼 건설·기계 관련 분야를 선점하기 위해 관련 사업을 우선 추진키로 했다.

시는 올해 정부 예산에 수소건설·산업기계 기술지원센터 구축과 유사한 성격의 수소 대형 수송·기계 평가 플랫폼 기반 구축 사업을 담는 방안을 추진한다. 산업부와 협의해 부처 예산안에 사업비를 담는 것이 유력하다.

시는 수소 대형 수송·기계 평가 플랫폼 기반 구축 사업을 통해 기술지원센터를 건립하고 R&D 지원 기반을 구축한다. 관련 제품 개발을 위한 평가 및 인증, 기업 기술 및 사업 역량 강화 등도 지원한다. 시는 수소 트램이나 건설기계 등 수소를 활용한 친환경 수송 수단의 R&D 및 실증을 위해 통합 플랫폼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최근 울산의료원에 이어 수소 모빌리티 클러스터 구축까지 윤 대통령의 지역 핵심 공약이 잇따라 예타 문턱에서 좌절됨에 따라 정부가 울산을 홀대한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그나마 정부의 울산 수소 산업에 대한 지원 의지가 있어 수소 모빌리티 클러스터 구축 사업은 예타 철회에도 불구하고 사업의 방향성이 유지된다는 점은 위안으로 평가된다. 이에 정부가 지역 균형 발전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수소 모빌리티 클러스터의 남은 조각인 수소차 분야에 대한 추가 지원에 서둘러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울산시 관계자는 “사업의 장기 지연을 막기 위해 예타를 철회하고 개별 사업으로 전환하는 결정을 내렸다”며 “차근차근 단계를 밟는 만큼 예산 확보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이춘봉기자 bong@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