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택배기사’에 목숨 걸지 않으려면

2023-06-07     경상일보

‘택배기사’는 2071년 혜성 충돌로 사막으로 변한 서울을 배경으로 생필품을 배송하며 폭력집단과 겨루는 택배기사를 다루고 있다. 동명의 웹툰 원작으로 낮에는 사람들에게 산소를 배달하는 택배기사(김우빈)가 밤에는 난민을 지키는 흑기사로 활동한다. 넷플릭스 시리즈로 5월 중순부터 시청시간 순위에서 비영어권 TV부문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미래를 다루는 과학공상(SF) 영화나 시리즈에서 지구는 주로 디스토피아로 그려진다. 쓸모없어진 지구에서 인간은 지하공간이나 지상에 밀폐된 거대구조물로 된 생존공간을 만들어내거나, 지구를 버리고 다른 행성에서 생활터전을 만든다. 이런 세계에서는 공간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지구인 일부만 생존이 가능하다. 힘있고 돈있는 극히 일부만 살아남을 수 있는 극한의 지구는 환경도, 인간세계도 모두 디스토피아다.

‘기후변화’에서 ‘기후위기’로 지구가 몸살을 앓으며 극단적인 기후현상이 새로운 표준이 되었다. 한파와 무더위, 산불과 홍수가 세계 곳곳을 덮치니 기후위기는 우리 아이들의 미래가 아니라 당장 나의 생존과 경제활동을 위협하고 있다. 이에 유럽국가들을 필두로 많은 국가들이 ‘넷 제로(Net Zero) 2050’을 선언했고, 우리나라도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발표했다. 우리 삶에 안락함을 가져다 준 산업화의 원동력이었던 화석연료 사용이 넘쳐나면서 온실가스가 대량 발생했고 지구의 기온은 10년에 0.2℃씩 오르고 있다. 이대로 지구의 평균기온이 1.5℃ 이상 상승한다면 인류는 생존이 어려워진다.

우크라이나전쟁이 터지면서 또 다른 위험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국가를 지키는 안보를 논할 때 국방안보, 식량안보와 함께 에너지안보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물리적인 공격 위험에서 국민을 지키고 어떤 상황에서든 식량을 확보해야 하는 미션과 함께 국가경제의 혈류라는 전기를 비롯한 에너지를 지키는 문제가 더욱 중요해진 것이다. 에너지빈국 대한민국에게 에너지안보는 매우 취약한 부분이다. 세계 공급망이 무너지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연료가격은 오르고 전기요금은 올리지 못해 생긴 문제가 한전의 사상 초유 적자문제이다. 언제까지 이렇게 불안한 에너지생태계를 유지할 것인가.

태양빛이나 바람을 활용하는 재생에너지의 장점은 탄소를 발생시키지 않으면서 연료비가 없다는 것이다. 석탄이나 석유, LNG 가격이 올랐다고 전전긍긍하지 않아도 된다. 물론 안정적인 전기공급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태양이 하루종일 떠있는 게 아니고 바람도 전기를 생산하기 좋은 세기로 종일 불어주는 것이 아니다. 이용률이 낮기 때문에 일반 화력발전소보다 3배 정도 더 많은 설비가 필요하다.

그래서 가격이 비싸다는 문제가 있다. 앞으로는 어떨까? 재생에너지 가격은 균등화발전단가(LCOE)를 쓰는데, 발전설비 건설부터 폐기까지 발생하는 모든 비용을 운영 기간의 총발전량으로 나눈 값을 말한다. 현재는 석탄·석유의 화석연료 LCOE가 신재생에너지 LCOE보다 싸다. 그러나 2050년까지 기술혁신이 이루어질 것이고 또 대규모 설치가 가능해져 신재생에너지 LCOE가 훨씬 낮아질 것이다.

에너지조사기관인 블룸버그 뉴에너지파이낸스(BNEF)는 2050년까지 국내 신재생에너지 LCOE가 50%이상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2022년 대비 2050년의 예상 태양광 LCOE는 1㎾h당 80.89원(0.061$)에서 34.48원(0.026$)로 낮아지고, 육상풍력 LCOE는 1㎾h당 102.14원(0.077$)에서 37.14원(0.028$)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해상풍력의 LCOE도 이와 유사하다.

국토가 좁은 우리의 한계를 기술력으로 극복하기 위해 2050년까지 태양광패널의 효율을 높이고 풍력발전기의 블레이드 길이를 키워야 한다. 동서발전이 영농형·건물일체형·노면블록형 태양광을 개발하고 동해안윈드벨트 등 육상풍력과 먼바다를 활용하는 해상풍력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이유는 환경, 안보, 경제 모두를 지키기 위함이다.

김영문 한국동서발전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