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일기]현재는 ‘모두’로부터 비롯된다
6일은 공휴일이다. 쉼이 허락된 날이다. 아침부터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 편안하다. 포근하다. 평온함으로 온 집안이 고요하다. 그러나 정확히 말하면 68회 현충일이다. 우리는 이날을 기억해야 한다. 오늘 우리가 누리고 있는 평온한 쉼은 모두의 삶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던진 그들, ‘모두를 위해 자신을 놓은 그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현충일이 처음으로 지정된 것은 1956년이다. 6.25 참전 용사를 비롯해 나라를 위해 희생하신 분들을 추모하기 위해 1956년 4월19일 제정됐다. 1975년 1월27일 대통령령으로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이 개정되면서 현충일로 공식 개칭, 1982년 정부 기념일로 제정되었다고 한다.
더불어 현충일이 6월6일인 이유는 24절기 중 하나인 망종(芒種)과 관련이 있다고 한다. 보리를 수확하고 모내기를 시작하는 망종이 농경사회에서 가장 좋은 날 중 하나여서 나라를 지킨 이들에 대한 예를 갖추는 일이 망종에 진행되었다고 한다. 현충일이 지정되었던 1956년 ‘망종’이 양력 6월6일이어서 6월6일이 현충기념일로 지정되었다고 한다.
6월은 호국보훈의 달이다. 우리는 6월을 기억해야 한다. 국권 침탈에 맞서 나라를 되찾은 광복의 역사, 전쟁에 맞서 나라를 지킨 호국의 역사, 독재에 맞서 나라를 바로 세운 민주의 역사, 그리고 그 역사를 만들어낸 이들을 기억해야 한다. 나라를 지키기 위해 자기 자신을 내려놓았던 이들에게 감사해야 한다. ‘우리의 삶이 그들의 삶으로부터 비롯되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나는 70년대생이다. 나는 전후라는 시대적 상황으로 반공 교육을 철저하게 받았던 세대였다. 어린 시절 나에게 6.25는 30여 년밖에 안 된 일이었다. 그런 나에게도 6.25는 책 속에서 만난 역사적 사실일 뿐이었다. 평범한 인간에게 경험하지 않았던 일은 그 사람의 현실이 아니다. 현실일 수 없다. 그 시간을 공감할 수 있는 많은 순간을 만나고 생각하면서 조금씩 그 시간에 다가갈 수 있게 될 뿐이다. 그러므로 아이들이 경험하지 않은 일에 대해 생각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 나무랄 수 없다. 아이들이 그 시간에 다가갈 수 있는 기회를 학교가 만들어주어야 한다.
‘기억’하는 것은 ‘함께하는 것’이다. 기억은 그 때를 현재로 이어준다. 기억은 그 때를 여전히 현재가 되게 한다. ‘지금’이라는 시간은 그 때라는 시간, 그들이 모두를 위해 살아낸 시간의 합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 합에 지금 우리의 시간을 계속 더함으로써 우리 모두의 현재이자 미래를 만든다. 현재는 모두로부터 비롯된다. 나의 삶을 지키기 위해 우리의 삶을 지키는 것은 전제조건이다. 나의 삶은 모두의 삶으로부터 비롯되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아이들은 자기 자신이 ‘모두’를 이루는 ‘하나로서 모두’라는 것을 경험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이현국 학성고등학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