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시연 시인 첫 시집 ‘사과가 있는 정물’

2023-06-08     전상헌 기자

강시연(사진) 시인이 자신의 첫 시집 <사과가 있는 정물>을 펴냈다.

시집은 ‘향유고래’ ‘환승 구역’ ‘고래의 숲’ ‘민달팽이가 사는 마을’ ‘봄이 되는 눈사람’ 등 5부에 걸쳐 79편의 시를 수록했다.

‘선물로 받은 사과/ 바로 먹지 못해/ 창가 테이블 위에 둡니다//조금 열린 창틈으로/ 손 뻗친 햇살이/ 사과의 볼을 쓰다듬습니다// 아마도 풀 세잔의/ 사과가 있는 정물/ 그대로입니다// 그녀는 매일같이/ 시간을 꿰매기 위해/ 바느질에 몰두합니다// 예전에 함께 일하던/ 언니의 너스레가 떠오릅니다/ “가시나, 인제 보니 사과 엉덩이네.”// 샛별 보고 귀가하던 그땐/ 토끼잠에 허우적거려도/ 아침이면 일어서는 햇귀였습니다// 며칠 잊고 있던 사과가/ 조금 헐거워진 자세로/ 앉아 있습니다// 졸음의 껍질을 깎아내니/ 사각사각/ 입맛이 깨어납니다/ 햇살 스민 노란 속살에/ 세상은/ 달곰해져 돌아갑니다’

표제시 ‘사과가 있는 정물’ 전문

강 시인의 시적 혈맥에는 표제시 ‘사과가 있는 정물’처럼 고요한 정원 안에 다소곳이 움츠리고 앉아 시선을 모으고 있는 것이 느껴진다.

가파른 길을 오르다가 숨찬 모습이 보일 듯 하지만, 다시 숨을 가다듬고 침묵 속에 관찰과 탐색으로 시인만의 시율을 보여준다.

2016년 <한맥문학> 신인상으로 등단한 강시연(본명 강경숙) 시인은 모던포엠 추천작품상을 받았고, 시와달빛문학작가회·모던포엠작가회·울산남구문학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전상헌기자 honey@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