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병원과 AI(인공지능)
필자가 일하는 울산병원은 지난달 AI(인공지능) 기반의 심장기능 이상 예측 프로그램 ‘딥카스’ 가동을 시작했다. 울산에선 최초로 도입한 것인데, 이 과정에서 평소 사람들이 AI라는 것에 대한 인식이 어떠한지 나름 조사 및 고찰해볼 기회가 생겼다.
근래에 가장 잘 알려진 AI가 뭘까? 아마도 챗GPT일 것이다. 주목받는 이유는 크게 두가지인데 하나는 유용한 정보를 제공해주기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마치 사람과 대화하는 느낌을 주기 때문일 것이다. 이 두 번째 측면이 오해를 하게 만든다.
물론 챗GPT는 챗봇이기에 그 목적에 부합하는 성능을 가진 것이니 프로그램 자체에 대해 말하는 건 아니다. 유용한 정보를 제공받는 것은 좋은 일이다. 문제는 AI가 마치 인간적인 무엇이라는 인식이 대중적으로 형성되어 있어 그 정보를 활용하고자 하는 본 의도가 왜곡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영화 등의 대중문화에선 인공지능이 인간과 대립하는 픽션을 자주 다룬다. 그 영향인지 대중매체에서도 AI가 인간을 당장 어찌 할 것 같은 기사들이 심심찮게 보인다. AI의 능력을 테스트하는 이벤트엔 인간 대 AI라는 구도도 자주 나온다. 이런 반복들은 마치 AI라는 것이 인간의 의식이나 그 일부 혹은 어떤 것과 같다는 인식을 대중에게 형성했고 지금도 AI 회사들은 은연중에 이런 마케팅을 한다.
현재의 AI들은 많은 수의 정보들을 입력받고 거기서 패턴을 찾아내어 목적한 결과를 도출하는 프로그램이다. 예전에는 그 패턴을 하나하나 사람이 잡아주는 방식이었지만 이제는 딥러닝이라는 방식을 사용해 스스로 패턴을 찾도록 만든다. 챗GPT도 도입된 정보들 중 단어와 단어 사이의 패턴을 확률적으로 파악해 공부한 후 실전에 투입된 프로그램이다. 각 AI들이 찾고 생성하는 패턴을 외부인이 정확히 알기는 어렵다. 그저 결과값이 얼마나 정확한지를 보고 성능을 판단하며 정확도가 높을수록 가치를 인정받는다. 하지만 패턴을 정확히 모르기에 그 결과값을 100%로 믿긴 힘들며 분야에 따라선 금물일 수도 있다.
8년전 우리나라에 왓슨이라는 질병분석 AI가 들어왔었다. IBM이 야심차게 개발한 프로그램으로 한국에서만 총 5개 병원과 계약을 맺어 활용이 됐었고 시기가 비슷한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결과 맞물려 많은 화제가 됐었다. 왓슨을 운영하는 병원은 정말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하는 듯한 이미지를 가졌지만 현재 왓슨 이야기를 하는 병원은 없다. IBM은 지난해 왓슨 의료사업부를 매각했고 더 이상 서비스는 이뤄지지 않는다.
필자는 새로운 기술에 열려있던 여러 병원들과 현재도 혁신적인 의료 AI를 만들고자 노력하는 연구진들을 존경한다. 이후 의료 AI분야에서 많은 진보가 이루어졌다. 그러나 당시를 반추해보면 마케팅에 과한 면이 있었고 어느 정도 오해를 불러일으킨 건 사실이다. AI가 유용한 도구라기보다 거기 가면 왓슨이 마치 알아서 다 판단해 결론 지어주는 듯한 뉘앙스가 있었다. 그렇게 사람들은 ‘의사로서의 왓슨’을 생각하고 병원을 찾았지만 당시 현장의 정확도는 기대에 못 미쳤다. 여기서 말하고 싶은 건 그게 곧 그 병원의 수준을 이야기하는게 아니라는 점이다. ‘왓슨=병원’이 아니라 결국 최종 판단은 의료진이 하며 의료진은 그 도구를 얼마나 활용할 지 판단하는 주체이기 때문이다.
필자의 병원이 도입한 딥카스는 활력징후를 감지해 24시간내 심장기능 정지 위험이 있는 고위험군 환자를 나름의 패턴분석을 통해 걸러낸다. 하지만 의료진은 이 프로그램에만 의지해 환자를 보지도 않을뿐더러 어디까지나 심장질환 환자 및 중환자를 위한 유용한 도구, 즉 안전망을 하나 더 설치했다는 개념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게 맞는 활용방향이라고 생각한다. 현재의 AI들은 공상과학영화에 나오는 그런 존재가 아니다. 유용하게 쓰기 위해선 이미지의 연막을 거둬내고 사람을 돕는 유용한 보조장치라는 본래 기능에 집중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마치 우리가 엑셀이나 계산기를 써서 업무효율을 높이듯 말이다.
임성현 울산병원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