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여성들을 위한 따뜻한 ‘온달(月)’을 꿈꾸며

2023-06-09     경상일보

수년전 우리나라의 대표 생필품 기업이 생리대 가격을 한꺼번에 인상하겠다고 발표해 네티즌 사이에서 논란이 된 적이 있다. 처음에는 ‘여성들에 게는 생활필수품인 생리대가 너무 비싸다’로 시작된 가격 불만이 댓글에 다시 댓글이 달리면서 외부로 알려지지 않았던 안타까운 사연들 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내 주변에서 생리대를 살 돈이 없어서 아예 학교를 결석한 사람이 있다’ ‘집에 돈이 없어서 잊고 안 가져왔다고 하고 학교 보건실에서 하나 씩 받아서 썼던 적이 있다’ ‘가난한 편부가정이어서 생리대 대신 신발깔 창을 쓰던 친구가 있다’는 등의 댓글이 달렸고 한 포털사이트에는 비싼 생리대를 대신해 신문지 등을 쓸 수 있냐는 문의도 올라왔다. 몇 년전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구었던 이른바 깔창 생리대 논란이다.

깔창 생리대 논란을 계기로 생리대를 살 형편조차 되지 않아 말 못할 고충을 겪고 있는 여성청소년을 사회가 나서서 도와야 한다는 인식이 급 속도로 확산됐다. 각 지자체에서는 생리용품 지급이 여성청소년들의 건 강한 여성성 확립 및 가임기 여성들의 건강과도 직결되는 보편적 복지라는데 뜻을 모으고 여성청소년들에게 생리용품을 지급하고, 공공 화장실에 생리용품을 비치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울산 동구에서도 늦었지만 올해 하반기부터 약 2500여 명의 여성청소년들에게 생리용품을 지급하는 온달(月) 사업을 시작한다. 타 지자체에 서는 여성청소년을 위한 생리용품을 지급하고 있는데, 우리 동구에만 없다는 것을 알고 올해 초부터 조례 제정을 위한 자료 수집과 관계부서 협 의 등 많은 준비를 거쳐 ‘울산광역시 동구 여성청소년 생리용품 지원조례’를 대표 발의했다. 동료 의원들과 집행기관에서도 조례의 취지에 적극 공감해 주어 최근 열린 임시회에서 조례 제정은 물론 관련 예산이 확보되어 곧 사업시행을 앞두고 있다.

온달(月) 사업의 지원대상은 울산 동구에 주민등록을 둔 만 19~22세의 여성청소년과 여성가족부 및 울산시교육청의 생리용품 지원사업의 혜택을 보지 못하고 있는 만 9~18세의 학교 밖 여성청소년이다. 기존의 여성가족부와 교육청의 지원을 받지 못하던 여성청소년들에게로 지원 대상이 확대되었고, 법적으로는 성인이 되었으나 아직 경제적 자립을 하지 못한 대학생과 사회초년생들도 지원받을 수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얼마 전 올해 1분기의 합계 출산율이 역대 최저치인 0.81이라는 뉴스가 나왔다. 둘이 결혼해서 2명은 낳아야 인구가 유지되는데, 부부 사이에 태어나는 아이가 평균 1명도 안 되는 셈이다. 예전에는 나이가 차면 당연히 결혼하고, 결혼하면 당연히 아이를 낳았다. 그러나 지금은 늦은 나이가 되도록 결혼을 하지 않고 결혼해도 아이를 낳지 않는 사람이 우리 주변에 점점 늘어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인구감소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출산지원 사업을 추진 중이다. 동구도 국가 전반적인 출생률 저하에다 주력산업 침체로 지난 수 년간 인구가 많이 줄어 인구유입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하고 있다.

수년간 정부와 지자체가 출생률을 높이기 위해 막대한 예산을 쏟아 붓고 있다. 그러나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출생률은 반등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우리나라 여성들이 결혼과 출산에 적극적이지 않는데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청소년 때부터 여성으로서의 삶이 너무 버거웠던 것도 한 원인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무조건 아이를 많이 낳으라고 할 게 아니라 아이를 낳아 키우기 좋은 사회 환경을 보다 적극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사회적 지원이 더 필요한 부분은 없는지 보다 세심하게 찾아내 도움조차 요청하지 못하고 좌절하는 일은 없도록 해야 한다.

울산 동구에서 곧 시작되는 온달(月) 사업은 여성청소년을 위한 보편적인 복지지원이라는 점에서 새로운 시도이자 첫 걸음이다. 꽉 찬 한 달, 따뜻한 달이라는 뜻을 담은 온달처럼 여성이어서 행복하다고 느낄 수 있는 동구가 되길 기대한다.

윤혜빈 울산 동구의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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