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금 미반환에 전기·수도 수시로 끊겨”
울산 남구 신정동 ‘ㄹ’빌라에서 건축주가 세입자들의 전세금을 반환하지 않은 채 연락이 두절돼 세입자들이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해당 건물은 숙박시설로 등록된 영업장으로, 기본적인 건물 관리조차 되지 않는 상황에서 세입자들이 여전히 거주하고 있어 추가 피해가 우려된다.
울산 남구 봉월로 8번길 ‘ㄹ’빌라. 1997년 준공 허가가 난 지하 2층~지상7층, 연면적 1409.6㎡ 규모의 건물이지만 거주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전세금 미반환 문제가 수년째 반복되면서 건물은 기본적인 관리조차 되지 않아 다수 세입자들이 떠났기 때문이다.
A씨는 지난 2020년 2월4일께 이곳 빌라에 2년에 1800만원의 보증금을 주고 전세계약을 했다. 하지만 A씨가 거주한 지 1년이 지난 무렵 엘리베이터가 끊기고 건물 곳곳에 내용증명 서류가 붙었다. A씨는 1년6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상황이다.
14년째 거주 중이라는 B씨도 보증금때문에 이사도 못 나가고 있다고 호소했다. B씨가 거주하는 동안 보증금 미반환 문제로 건물주와 싸운 사람만 수명이다. B씨는 “건물 관리가 전혀 되지 않아 수도·전기 등이 수시로 끊겼고 보증금을 포기하고 나간 사람들도 많다”며 “건물주가 재건축 보상을 받으면 주겠다는 등 핑계만 대다가 어느순간 잠적했다”고 토로했다. 다른 한 가구도 전세금을 받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차라리 경매에 넘어가서 전세금 보장이라도 받고 싶지만 오래전 집주인과 개별 계약으로 보증금 회수 여부가 불투명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현재 ‘ㄹ’빌라는 숙박업소로 관할 기관에 건축 신고가 돼 있는 상태다. 숙박업소 일부에 세입자를 받고 전세금을 미반환한 것이다. 하지만 세입자들은 거주 건물이 숙박업소인지도 모르고 있었다.
이와 관련 관할 지자체는 공중 위생법 상 숙박업소 내 전세 계약에 대한 별도 규정이 없어 불법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또 전세사기 특별법의 적용을 받기 위해서는 경찰이 수사를 벌이거나 임대인이 집단 사기를 벌여 다수 세입자가 피해를 봐야한다. ‘ㄹ’빌라의 보증금이 1800만~3000만원으로 큰 금액이 아니다보니 현재로써는 민사상으로 해결하거나 법률 공단 등에 자문을 받는 게 최선이다.
문제는 이곳 건물에 거주하는 대부분이 중·장년층 취약가구라는 것이다. 이들은 보증금을 돌려받기 위해 집주인과의 연락만 기다리는 실정이다.
이에 한 부동산 관계자는 “전세 사기 형태가 점차 경기침체 등으로 인한 피해로 번질 것”이라며 “수년째 반복되는 전세금 미반환 문제를 보다 상황별로 구체화해서 법률·소송·대안 등의 단계별 지원책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강민형기자 min007@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