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감정적이기보다는 이성적으로

2023-06-13     박재권 기자

“법적인 한계로 안된다는 말만 말고,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해라.”

지난달 25일 울산 울주군 삼동면행정복지센터에서 한국수자원공사 울산지사는 대암댐 인근 주민들을 대상으로 첫 주민설명회를 열었다.

이날 설명회에 앞서 삼동~KTX울산역 도로개설공사 관련 주민 설명회가 진행될 당시 고성이 오가는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됐던 탓인지, 대회의실에는 묘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아니나 다를까 설명회가 시작되자 주민들은 수자원공사를 규탄하는 피켓을 들며 압박했다.

수자원공사는 설명회에서 대암댐이 댐 건설관리법으로 정한 기준 이상의 댐 규모(저수 면적 200만㎡ 이상, 총 저수용량이 2000만㎥ 이상)에 미치지 않기 때문에 주민 지원 사업을 할 수 없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대암댐은 저수 면적 150만㎡, 총 저수용량 950만㎥이다.

삼동면발전협의회를 주축으로 주민들은 반발했다. 또 대암댐이 사연댐이나 대곡댐보다 규모가 작은 것은 사실이나 도수시설로 유입되는 물을 합산하면 물 공급량이 연간 1억8000여만t에 달한다며 울산에서 가장 많은 용수를 생산하는 댐인데 왜 지원 사업 대상이 아니냐고 따졌다. 사연댐과 대곡댐의 용수량은 각각 연간 3500여만t이다. 주민들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나 현실적으로 법의 테두리 내에서 일할 수밖에 없다며, 관련 법 개정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암댐 물 비린내 저감 시설 설치, 환경 정화 활동 지속 실시 등을 대책으로 내놓았다. 주민들은 수자원공사에게 대암댐 인근 둘레길 조성 및 사연·대곡댐과 동일한 수준의 피해 보상 등을 요구했다.

양 측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는 가운데 현장에서 느껴진 아쉬움이 있다. 수자원공사 관계자가 설명을 이어나가고자 했으나 일부 주민들은 중간 중간 말을 끊으며 자신들의 목소리만 내고자 했다. 이렇다보니 정상적인 대화가 진행되지 못했고 분위기는 더욱 심각해질 뿐이었다. 이런 상황이 불편한 듯 눈살을 찌푸리며 나가는 주민도 있었고 일부 주민이 발언을 독식하는 것에 대한 불만을 표하는 이들도 있었다.

잦은 물안개로 교통사고 위험과 통행 불편, 농산물 수확량 감소 등 이들이 분노한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겠으나 스스로 대화의 창구를 닫아서는 안된다.

현실적인 대책 마련을 위해 수자원공사와 주민들 간 머리를 맞대고 대화를 이어가는 것이 주민들에게 더욱 도움이 될 것임은 분명하다. 자기 주장을 감정적으로 내세우기 보다는 이성적으로 접근해 대암댐 인근 주민들의 상황이 나아지길 기대해본다.

박재권 사회부 기자 jaekwon@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