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대한민국을 지킨 울산의 6·25 영웅을 찾습니다
호국보훈의 달인 6월이 되면 필자의 머릿속에 돌아가신 부친의 모습이 떠오른다. 6.25 전쟁 참전용사였기 때문이다.
73년 전 북한의 기습 남침으로 전쟁이 발발했을 때 부친께서는 그저 평범한 청년 중에 한 사람이었다. 낙동강까지 전선이 밀려나 대한민국이 풍전등화에 놓이자 울산의 많은 청년들과 함께 입대했다. 제대로 훈련도 받지 못하고 전장에 투입됐는데 훗날 낙동강 전선을 지킨 최후의 보루이자 반격의 시발점이라고 평가받는 안강지구 전투였다.
부친과 국군 장병들은 ‘여기서 밀리면 끝이다, 단 한 치의 땅도 내어줄 수 없다’며 적들과 치열한 전투를 이어갔다. 그러던 중 부친은 어느 이름 모를 고지에서 비 오듯 쏟아진 적의 포탄세례에 정신을 잃고 말았다. 한참 시간이 지난 뒤 겨우 정신을 차리고 보니 오직 아버지뿐이었다고 한다. 부대원들이 정신을 잃고 시신들 사이에 쓰러진 부친을 전사한 줄 알고 그대로 두고 이동했던 것이다.
그 후 천신만고 끝에 간신히 고향 울산으로 귀환했는데 더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아버지 앞으로 다시 입대영장이 나왔던 것이다. 지금 같으면 말도 안 되는 일이지만 아버지는 다시 군에 재입대해서 조국을 지켰다. 정말 영화 같은 이야기지만 부모님 세대에서는 영화가 아닌 냉혹한 현실이었다. 어릴 때 아버지가 이야기를 들려주실 때는 그저 신기했지만 필자 역시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면서 그리고 부모가 되어 아들을 군대에 보내고 나서야 깨달았다.
앳된 청년에 불과했을 아버지는 삶과 죽음의 경계에 놓인 전쟁 한복판에서 그 때 얼마나 두려웠을까. 나라면 그 때 아버지처럼 목숨 걸고 싸워 나라를 지킬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떠올라 6월이면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도 커져간다.
올해는 6.25 전쟁이 일어난 지 73년이 되는 해이자, 종전 70주년이기도 하다. 그래서 우리 남구에서는 참전용사들의 활약과 생애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고 전쟁의 참상과 이야기를 담은 구술집을 발간하게 되었다. 남구의 참전용사는 총 1694명이고 현재는 111명이 계신데 그 중 열아홉분의 참전용사가 이번 구술집 발간에 참여했다. 이제는 평균연령이 90세가 넘는 고령의 참전용사들이지만, 70년의 긴 세월이 지나도 전쟁의 기억은 생생했다. 한 분 한 분의 이야기를 읽다보니 이 숭고한 희생과 헌신을 후대에 기록으로 남겨야 할 이유를 새삼 깨닫게 된다.
그리고 제68회 현충일을 맞이해 울산에서는 뜻깊은 행사가 열렸다. 울산의 호국 영웅인 국가유공 4형제 합동추모제에서 장남인 고 이민건 하사의 자녀 이준길씨가 아버지의 화랑무공훈장을 수여받은 것이다.
남구 신정동에서 태어난 4형제 중 장남인 이민건 하사와 차남 이태건 상병, 삼남 이영건 상병은 1950년 8월 육군에 입대해 6.25 전쟁 중 모두 전사했다.
막내인 이승건 중사는 형들이 전사했기에 군에 입대하지 않아도 됐지만 ‘형님들 셋이나 나라를 위해 싸웠는데 나도 나라를 위해 무엇인가 해야할 것 같다’며 해병대에 자원입대해 월남전에서 전사했다. 대한민국 역사상 형제 네 명이 전사한 경우는 이들이 유일하다.
훈장 수여는 70년 전 결정되었지만 전쟁의 혼란 속에 실물 훈장을 미처 전달되지 못했다. ‘내 고장 영웅 찾기’ 사업의 일환으로 늦게나마 호국영웅의 공훈을 기리고 명예를 드높일 수 있었다.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자유와 평화는 거저 얻어진 게 아니다. 국가와 국민을 위해 희생한 분을 존중하고 기억하는 나라가 선진국이다. 그래서 우리 남구와 국방부에서는 내 고장의 숨은 영웅인 무공훈장 수훈자를 찾기 위해 7월14일까지 군 관계자들이 집중 탐문에 나설 예정이다.
혹시나 가족과 친지, 주변인들의 정보를 조금이라도 알고 있다면, 무공훈장이 주인을 제대로 찾아갈 수 있도록 구민 여러분께서 많은 제보를 부탁드린다. 대한민국을 지켜 낸 6.25 참전용사의 위대한 헌신을 우리가 영원히 가슴에 새깁시다.
서동욱 울산 남구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