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사과와 십원빵 그리고 붉은 십자가
IT에 대해서는 많이들 알고 있는데, IP는 그보다는 익숙하지 않을 것이다. IP는 인터넷상 주소를 뜻하기도 하지만 지식재산권(intellectual property)의 약자로도 많이 사용된다. IP가 우리 개인과는 상관없고 멀리 있는 것 같지만 언론을 통해 전해오는 IP 관련 뉴스들은 제법 우리의 흥미를 끌고 있어 이에 대한 소개와 생각의 시간을 가져보기로 한다.
최근 기사에서 애플이 스위스에서 사과 로고 독점권 확보절차에 들어갔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애플의 요구가 받아들여진다면 스위스과일연합(FUS)은 2011년부터 사용해 오던 스위스 국기를 연상하는 십자가가 그려진 사과로고를 더 이상 쓸 수 없게 된다. 이에 FUS 관계자는 사과 모양의 보편성과 베어먹은 자국이 없어 애플의 상표와 차이가 있는 점 등을 들어 권리행사에 반발하는 입장을 표명했다. 일본, 튀르키예, 이스라엘 등지에서는 애플의 이러한 요구가 받아들여진 바 있다.
경주를 방문하면 누구나 한 번씩 사 먹게 되는 관광 명물로 ‘십원빵’이 있다. 지금은 가치가 적어 선뜻 눈길을 주지 않는 돈이지만, 이 화폐 모양의 십원빵이 법적 분쟁에 휘말리게 되었다는 기사에 우리의 관심이 쏠린다.
한국은행 홈페이지에 ‘화폐 도안 이용에 대한 안내’가 나오는데, 무단 이용을 금하되, 승인을 받으면 6개월간 이용할 수 있고, 1회에 한하여 최장 3개월 연장될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다. 사안에서는 승인 여부가 문제 되는 모양이다. 십원빵 업체들은 한국조폐공사가 2018년 공공누리 웹사이트에 십 원 화폐 도안을 올렸고 무상 활용 허가의 의미로서 문제없다는 주장이다. 이 논란에는 한국은행, 한국조폐공사. 문화체육관광부 그리고 십원빵 업체들이 관련되어 있다. 당연히 관광자원 문제로서 경주시도 관심 깊게 지켜보고 있을 것이다.
4월경 대한약사회가 약국에 ‘적십자 표장 상표 출원에 따른 표장 사용 관련 주의사항’을 안내하면서 약국이 혼란에 빠졌다는 보도가 있었다.
대한적십자사는 붉은 십자가를 포함하는 3종의 표장을 제5류(의약품 등), 제10류(의료기구 등) 및 제44류(의료업 등)에 상표등록출원한 것으로 확인된다. 아마 내년 하반기 이후 상표등록이 되면 붉은 십자가는 상표법상 대한적십자사 허락 없이 사용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약국 외에 병원에서도 이 마크를 많이 사용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별도의 협의가 없는 한 향후 간판 등의 수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먼저 애플의 사례를 살펴보자. 이미 유명한 비틀즈의 음반회사인 Apple Corps가 존재하는 중에 애플 컴퓨터가 설립되었다. 갖은 분쟁 끝에 컴퓨터 회사가 상표를 보유하고 음반회사에 라이센스를 주는 형태로 마무리되었다고 한다. 지금까지 줄곧 애플은 상표의 면에서 전 세계 어떤 형태의 사과이든 나아가 다른 과일까지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많은 이들은 애플이 세계의 모든 과일을 가지려 한다는 비판을 하고 있다. 사과 형상이기만 하면 모두 ‘사과’ ‘애플’로 읽히므로 일견 유사한 상표라고도 할 수 있고, 저명상표인 점에서 보호 범위가 넓은 것은 충분히 이해된다. 그러나 상표는 수요자의 출처혼동 방지가 존재 이유인바, 상품출처를 구분할 수만 있으면 부정한 목적이 있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다른 형태의 사과, 과일에 대해서는 널리 허용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십원빵의 경우 화폐의 공익적 가치를 고려한다면 타인의 사용이 엄격히 제한되어야 할 것이기는 하나, 이해 당사자 간의 적절한 의견교환을 통해 십원빵의 정체성은 유지하되 화폐의 존엄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어느 정도 변형된 형태로 해서 이어졌으면 좋겠다. 일본에까지 ‘십엔빵’이 유행한다고 하니 아예 사라지는 안타까운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다.
적십자 상표에 대해서는 각 주체마다 색상별로 구분해 정리가 되면 좋겠다는 것이 사견인데, 간판 교체나 이제까지 사용해 온 점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하여 협의가 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 주위에서 벌어지는 몇 IP 사건들을 펼쳐보았는데, 결국 공공의 이익과 개인의 이익을 어떻게 잘 조화하느냐의 관점에서 정리되어야 할 문제라고 할 것이다. 사과는 과연 누구 것인가?
김지환 지킴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