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국형 화물창 기술개발, 조선기술 독립 전기되길

2023-06-28     경상일보

국내 조선업계가 10여년 만에 수주 랠리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2세대 한국형 LNG선 화물창 기술이 개발돼 주목받고 있다. 1세대 LNG선 화물창의 기화, 결빙 문제를 보완한 ‘2세대 화물창 기술’이다. 현재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에서 건조한 LNG 벙커링선에 처음 적용돼 순항 중이라고 한다. 2세대 화물창 기술의 성공적인 검증을 통해 한국 조선업계의 오랜 숙원이 반드시 실현되기를 기대한다.

조선업계에 따르면 한국가스공사와 조선 3사(HD한국조선해양·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는 한국형 화물창 개발업체 케이씨엘엔지테크를 통해 2세대 화물창(KC­2) 기술을 개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2004년 정부 국책 과제에 참여해 10여 년 만에 개발한 1세대 한국형 화물창 기술(KC-1)의 기술적 완성도를 높인 2세대 화물창 기술이라고 한다. 이제 첫 LNG 선박 적용이어서 상용화까지는 많은 시간과 어려움이 예상된다. 이 기술이 검증된다면 한국도 독자적인 화물창 기술 보유의 꿈이 머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조선업계는 지난 수십년 동안 LNG 화물창에 대한 특허와 원천기술을 가진 GTT의 갑질 횡포에 사실상 백기 투항 상태다. GTT는 원천기술로 글로벌 LNG 시장의 70%가량을 장악한 프랑스 업체다. 국내 조선업계는 LNG 운반선 1척당 선가 중 약 5%인 100억에서 수백억원에 달하는 기술 로열티를 지급하고 있다. 국내에서만 연간 1조원 가량의 로열티를 지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GTT의 ‘끼워팔기’ 갑질도 조선업계의 큰 근심거리다.

대법원은 지난 4월 GTT가 한국 조선사에 LNG 저장탱크 기술 라이선스 제공시 엔지니어링 서비스도 함께 구매하도록 끼워팔기를 한 것은 공정거래법 위반이라고 판결했다. 이에 따라 GTT의 ‘키워팔기’ 갑질은 다소 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고 상황이 호전된 것은 아니다. GTT가 중국 조선업체에 LNG선 화물창 라이선스를 발급하며 중국시장 키우기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조선업계는 GTT의 갑질과 중국의 저가 수주라는 이중고를 헤쳐나가야 하는 상황이다.

글로벌 조선 1~3위를 보유한 조선업계가 갑질 횡포와 로열티 부담에서 벗어나려면 독자적인 화물창 기술을 개발해내야 한다. 차제에 LNG선 수주랠리의 대가가 로열티 지출 증가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는 반드시 끊어내야 한다. 그러려면 ‘2세대 화물창 기술’의 성공적인 검증이 필수적이다. 조선업계가 중국의 거센 추격을 뿌리치는 유일한 활로는 ‘기술독립’임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