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 어려졌다…학교·편의점에선 혼선
2023-06-29 정혜윤 기자
지금까지 선거권, 연금수령, 정년, 보험 적용 등에서만 만 나이를 기준으로 삼았으나 앞으로는 모두 만 나이를 적용하게 됐다. 다만 취학 연령, 술과 담배 구매, 병역 의무, 공무원 시험 응시 기준은 그동안 적용됐던 1월1일을 기준으로 한 연 나이 기준이 계속 유지된다.
이날 같은 학급 안에서 하루아침에 생일에 따라 나이 차이가 나게 된 학교와 유치원에서는 일부 혼란이 빚어졌다. 학부모 A씨는 “초등학교 1학년 학교 동생이 오늘 되자마자 2학년인 제 아들에게 갑자기 친구야 하면서 이름을 부르길래 아들이 당황해했다”며 “선생님께서 1학년과 2학년이라고 연도와 학년으로 설명해서 넘기긴 했는데 호칭을 가지고 아이들이 혼란스러워하더라”고 말했다.
피아노 학원을 운영하는 김모(여·38)씨도 아이들이 나이로 곳곳에서 다투면서 설명하는데 진땀을 흘렸다. 김씨는 “특히 유치원,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은 나이가 어려진다고 하니 속상해하는 반응도 많았다”며 “특히 갑자기 형, 누나 호칭이 나뉘게 되거나 동생이었던 아이가 반말을 한다며 다툼도 있었다”고 말했다.
술, 담배 구매 연령도 만 나이 통일에서 제외되면서 편의점이나 술집에서도 혼란스럽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무거동에서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는 정모(24)씨는 “28일 새벽 0시를 조금 넘겨서 술과 담배를 사러 온 손님들이 있었는데 태어난 연도와 생일을 물어야하는지 순간 멈칫했다”고 말했다.
대학생들 사이에서도 10대로 내려가는 경우가 생기면서 다양한 반응이 나왔다.
울산대학교 1학년인 재학생 권유정양은 “만 나이 써서 다시 18살이 되니깐 기분이 짜릿하기도 하고 이상하다”며 “특히 취업을 준비 중인 고학년들은 나이도 중요한 하나의 스펙인만큼 기분 좋다는 반응이 다수였다”고 말했다.
다만 관공서에서는 기존에도 만 나이를 적용했던 만큼 큰 혼란은 없었다는 설명이다.
한편 주요 외신들도 이날 관련 소식을 관심 있게 전했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현지시간으로 27일 ‘새로운 나이 계산법 덕에 모든 한국인이 최소 한 살 더 젊어진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송고했다.
이 매체는 “한국인은 자궁에서 보낸 시간을 나이에 반영하기 때문에 다른 나라 사람보다 통상 한두살 더 나이가 많다고 여긴다”라며 “주요 국가 중 이런 관습을 가진 곳은 한국이 유일하다”라고 소개했다.
영국 BBC 방송은 한국의 경우 전통 셈법에 따른 ‘한국 나이’ 외에 ‘만 나이’와 ‘연 나이’ 등 총 3개의 나이 계산법이 존재해왔다는 사실을 강조해 보도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놀이터에서 처음 만난 아이들조차 ‘너 몇살이니’라고 먼저 묻을 정도로 한국 사회에서는 나이에 따른 위계질서가 강하다고 설명했다. 정혜윤기자·일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