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갈수록 심각해지는 이상고온, 국가적인 대비 절실

2023-07-03     경상일보

여름이 오면서 지구촌 여기저기에 역대급 6월 이상고온 현상이 관측되고 있다. 유럽연합 기후 변화 감시기구인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 서비스에서, 6월 들어 지구 온난화 현상이 두드러지게 관측되고 있다면서, 전 세계 평균기온이 지난 1979년 기록한 6월 최고 기온보다 1℃ 정도 높은 상황이라고 했다. 특히 6월 초순 전 세계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 시대보다 1.5℃ 높은 기온을 보이고 있으며, 이같이 높은 기온은 산업화 이후 처음일 것이라고 했다. 이와 같은 지구 온난화로 인해 폭우, 홍수, 태풍, 폭염, 가뭄, 산불 등의 빈도와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달 캐나다에서는 우리나라 면적의 40%에 해당하는 삼림지역이 한 달여에 걸친 산불로 인해 잿더미로 변했다. 때 이른 폭염과 건조한 날씨가 만든 재난인 것이다. 이로 인해 1억명 이상이 거주하는 미국 동북부 지역이 시야를 가리는 미세먼지로 인해 최악의 미세먼지 경고 발령을 한 바 있다.

지구 표면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바다의 기후 변화로 인한 문제는 더욱 심각해져 가고 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 발표에 의하면 1993년부터 2022년 사이 약 30년 동안 해수면이 8㎝나 상승했다고 한다. 저지대에 거주하는 수 억 명이 삶의 터전을 잃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뿐만 아니라, 호주 연방 과학산업연구기구(CSIRO)는 지구 온난화 때문에 남극 바다 깊은 곳의 해류가 크게 느려졌다는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영양분과 산소를 다량 품은 채 전 세계 바다로 흐르는 남극 해류의 움직임이 더디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들은 ‘남극 해류의 속도가 계속 느려지면 산소와 영양분이 전 세계로 퍼지지 못하고 남극 심해에 고이는 현상이 초래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구 해양 생태계가 황폐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덥고 습한 지구 대기가 바이러스 활동을 키워, 1℃ 오를 때 마다 전염병이 47% 늘어날 것이라고 발표했다. 전문가들이 ‘제2의 코로나’를 경고하는 이유는 지구 온난화로 인해 전염병의 감염 속도가 더욱 빨라져, 각종 전염병에 의한 더욱 큰 재앙이 재현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해양수산부와 극지연구소 연구팀이 지난 달 남극에서 현화식물(남극 개미자리)이 곰팡이에 감염돼 병든 것을 세계 최초로 확인했다고 한다. 기후 변화로 인해 남극의 기온이 올라가면서 문제의 곰팡이가 활성화한 것으로 추정했다.

기후학자의 99.5%가 오늘날의 기후위기 문제는 이익과 편리함만을 추구하는 인간 활동과 인간의 이기심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자연을 무한한 공유물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19가 지나면서 화석연료 사용이 줄어드는 듯 했으나, 우크라이나 사태가 계속 되면서 또 다시 화석연료 사용이 80%를 넘어서고 있다. 온실기체 발출 억제를 위한 파리 기후 협약은 옛 이야기가 되고 있고, 소위 선진국들은 오히려 환경파괴 산업인 방위산업 투자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인간 활동에 의해 대기의 화학적 조성 변화와 생물대멸종이 진행되는 이 시대를 ‘홀로세(Holocene)’라는 지질시대 명칭 대신 ‘인류세(Anthropocene)’라는 명칭으로 바꾸어야 한다는 일부 학자들의 주장을 받아들여야 할지도 모른다. 이러한 인류세의 원인을 제공한(방사능 물질, 이산화탄소, 플라스틱, 콘크리트 등의 물질) 국가들에 의해 움직이고 있는 유엔연합기구만을 믿고, 언제 다가올지도 모르는 재앙에 대비하지 않아서는 안 된다.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은 재앙이 전 세계적으로 확장될 경우 이 작은 땅에서 살아가야 하는 어린 우리의 후손들이 겪게 될 해외의존도가 높은 식량문제, 그리고 질병문제 등에 대한 국가적 대비가 없으면 결코 안 될 것이다. 100억 인구에 육박하는 지구촌 어느 나라도 자국우선주의에 의해 다른 나라에 도움을 주지 않을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허황 울산대학교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