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합병 “WTO 규범 위반” 딴지
WTO, 日측 제소내용 공개
산은 추가 재정지원 보장과
정부 선박건조지원 등 사유
기업결합심사에 영향 우려
현대重 “결합심사와 무관”
2020-02-12 이형중 기자
한국과 일본의 경제갈등이 반도체를 넘어 조선업계로 번지는 모양새다.
12일 세계무역기구(WTO)가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한일 조선업 분쟁 양자협의서를 보면 일본은 WTO에 한국 정부의 조선업 구조조정 대책을 제소하면서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합병 과정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일본은 지난달 31일 한국 정부의 조선산업 구조조정 관련 조치 등을 두고 WTO 분쟁해결절차 상의 양자협의를 요청했다. 양자협의는 WTO 분쟁해결절차의 첫 단계로 공식 제소가 시작된 것으로 본다.
일본이 한국의 조선업 구조조정과 관련한 WTO 분쟁해결을 요청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첫 번째 제소는 2018년 12월 양자협의가 이뤄졌으나 이후 일본은 공식 재판 절차인 패널 설치를 요구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이번에 첫 번째 제소 이후 이뤄진 조치까지 포함해 다시 제소한 것이다. 지난해 초 산업은행 대우조선해양 지분 약 5970만주를 현대중공업에 현물출자하는 대신 현대중공업그룹 조선해양 부문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으로부터 전환주 912만주와 보통주 610만주를 받기로 한 것이 새롭게 포함됐다.
자금이 부족할 경우 산은이 추가로 1조원 재정 지원을 보장하기로 한 내용도 들어갔다.
아울러 한국 정부가 선수금반환보증(RG) 발급과 신규 선박 건조 지원 방안을 내놓은 것을 양자협의 요청의 사유로 적시했다.
일본은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한국무역보험공사가 조선업 구조조정 차원에서 대우조선해양 등에 지원한 대출, 보증, 보험 등 역시 WTO 보조금협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기존 제소에서 새로운 사항을 더해 다시 제소하는 일이 전례가 없는 것은 아니나 흔치 않은 경우다.
국내 조선업계에서는 이번 제소가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간 기업결합심사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현대중공업그룹은 7월 국내 공정거래위원회를 시작으로 6개국에서 본격적으로 기업결합심사를 받고 있으며 지난 10월에는 카자흐스탄에서 첫 승인을 받았다.
다만 현대중공업은 일본의 제소 사실이 알려진 직후 자료를 통해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 결합 심사와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현대중공업측은 “WTO 관련 양자협의를 요청한 주체는 일본 국토교통성으로 해운, 조선 등 교통 정책을 관장하는 부처다. 현대중·대우조선 기업결합을 심사 중인 공정취인위원회와는 전혀 별개의 기관”이라는 입장이다.
또 현대중공업은 “일본 공정취인위원회는 독립된 행정위원회로서 근거법인 독점금지법에 따라 공정하게 본건 기업결합건을 심사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이번 WTO 제소는 일본 공정취인위원회에서 심사하고 있는 기업결합 심사와는 무관한 일이며, 본건 기업결합 심사는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형중기자 leehj@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