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추락하는 산업도시 울산, 4차산업 기술로 경쟁력 높여야
‘산업수도’를 자처하는 울산의 경제적 입지가 갈수록 쪼그라들고 있다. 석유화학, 조선 등 주력 제조업의 생산과 수출 성장력이 둔화하면서 지역총생산(GRDP) 규모는 10년 만에 부산, 대구, 인천에 줄줄이 추월당했다. 울산경제의 위상이 이처럼 축소된 것은 산업구조 전환과 신성장 산업 육성 부진, 연구개발 역량 약화, 청년 인구유출과 생산가능인구 감소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 결과다. 이제는 산업수도는커녕 지방 5대 광역시로서의 존립 조차 위태롭다.
중소기업중앙회 부산울산지역본부가 발표한 경제지표 자료를 보면 지난 10년간 울산의 경제성장률은 13.1%로 전국 최하위를 기록했다. 고령화와 인구유출로 생산가능인구 비중 감소폭은 전국에서 네 번째로 컸다. R&D 역량도 뒤처졌다. 지난 10년간 울산 기업체의 연구개발비 증가율은 수도권과 6대 광역시 중 꼴찌다. 지역 경제활동인구 1000명당 기업체 R&D 인력(9.5명)은 전국 평균(11.8명)과 격차를 보였다. 창업 생태계 기능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주력 제조업의 성장 동력이 약화하면서 산업위기에 빠진 울산의 민낯을 보여주는 지표들이다. 전국 대비 울산의 지역총생산(명목) 비중은 2021년 3.7%로 9위로 추락했다. 2012년 전국 비중 5.5%(6위)로 최고치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10년 새 1.8%p나 곤두박질쳤다. 최근 5년간(2017~2021년) 경제성장률이 유일하게 마이너스를 나타낸 곳이 울산이다. 조만간 충북(3.6%)에도 따라잡힐 판국이다.
인공지능, 로봇, 빅데이터 등이 지배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울산은 중후장대형 제조업 일변도의 전근대적 산업구조에 발목이 잡혀있다. 울산의 제조업 비중은 2021년 60.9%로 압도적 비율로 전국 1위다. 지난 10년 새 울산을 추월한 부산, 대구, 인천의 제조업 비중이 20% 안팎으로 낮고 서비스 비중이 70% 안팎으로 높은 것과 비교하면 현격한 차이다. 노동집약적이고 생산성 낮은 전근대적 산업구조가 경제력 격차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울산이 산업수도로 위상을 되찾으려면 자동차, 조선 등 주력산업에 4차 산업혁명의 기술을 더해 산업 경쟁력을 높이는데 투자와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이차전지 등 신성장 산업을 키우고, 기업의 연구개발 투자를 활성화해야 한다. 청년층 일자리를 만들고 정주기능을 강화해 인구유출을 저지해야 한다. 구호만으로는 결코 위대한 울산을 완성하지 못한다. 울산이 위기를 딛고 다시 한번 도약할 수 있기를 고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