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생각]내가 뿌린 예술의 씨앗은 잘 자랄까
씨앗이 싹을 틔우려면 단단하고 비옥한 땅에 뿌리내려야 한다. 깨끗한 물과 양분을 공급해야만 작은 꽃밭으로, 우거진 숲을 만들 수 있다. 그런데 내가 뿌린 예술의 씨앗은 어디에서 자라고 있는 걸까?
예술교육의 지향점에 대해 이야기할 때 최우선 목표로 삼는 것은 예술교육이 공공재로의 가치를 인정받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기본적 공교육 기관은 학교이고, 학교에서는 학생들에게 격차 없이 평등한 교육을 의무적으로 받도록 하고 있다. 그렇다면 위에서 강조한 예술교육의 공적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학교에서부터 예술교육을 시작하고 그 중요성을 모두가 체감해야 하지 않을까?
현재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에서 학교예술강사지원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이 사업은 2000년 국악강사풀제로 시작돼 2023년 현재 국악, 연극, 영화, 무용, 만화애니메이션, 공예, 사진, 디자인 8개 분야 5021명의 예술강사들이 8693개 초·중·고등학교에서 260만 명의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이 사업은 예술현장의 예술인들이 학생들에게 전문적인 문화 예술 교육의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학생들의 전인적 성장을 돕는 것을 목표로 하는 만큼 기본교과에서 동아리 활동까지 다양한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물론 예술인들에게는 자신의 전공을 살린 경제활동을 통해 예술 활동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의의도 있었다. 나 역시 몇 년째 학교예술강사지원사업 사진예술강사로 활동 중이다. 사실 사진 분야의 특성상 내가 받는 시수나 수업료는 미미한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일을 지속하고 다양한 의견에 귀 기울이는 이유는 어린 시절부터 경험한 예술적 순간이 모여 삶을 풍부하게 만들어 줄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다소 우려스러운 부분은 날이 갈수록 문화예술 교육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지만 학교예술강사의 교육 환경이나 고용 형태는 오히려 불안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 사업이 지속되어 온 20년 동안 시간당 강사료는 단 한 번 3000원 인상이 전부였고, 초단시간 형태의 노동으로 규정된 점을 법적 근거로 들며 예술강사들은 기본적인 사회 보호 시스템의 혜택 또한 받을 수 없다. 심지어 얼마 전 일정 비율의 기존 경력 강사를 해고하겠다는 진흥원의 계획도 발표됐다. 이 사안에 대해서는 예술강사들의 반발과 국회의 우려로 재검토 중이라고 한다. 자긍심과 사명감으로 버티는 예술인들이 상처받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
좋은 환경과 조건을 만들어 두어야 예술 강사와 교육의 질이 향상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아무리 좋은 커리큘럼의 수업도 현실의 벽에 부딪히고 개선의 여지가 없으면 낡아서 지치고 말 것이다. 학교예술교육지원사업은 아이들에게 전문적인 예술 교육을 제공하고, 예술인들은 경제적인 문제를 해결해 예술 활동에 매진할 수 있도록 한다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사업이다. 다만 말 그대로 아이들은 숙련된 전문가로부터 ‘전문적인’ 예술 교육을 받아야 하고, 예술인들은 경제적인 문제를 ‘해결’해야만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
김지영 울산젊은사진가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