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아동보호 체계의 현주소는

2023-07-11     정혜윤 기자

최근 전국이 ‘그림자 아동’ ‘유령 영아’ ‘투명 아동’으로 떠들썩하다. 모두 출산 기록은 있지만 출생 신고는 되지 않은 ‘출생 미신고’ 아동을 부르는 말이다. 이들은 최근 정부가 지난 2015년부터 2022년까지 예방 접종 자료를 출생신고 기록과 비교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약 2000여명에 가까운 영유아들이 사라졌는데 8년 동안 이들의 존재조차 몰랐던 것이다. 지난 5월 울산에서는 초등학교 예비소집 불참 신입생 확인 과정에서 해당 아동이 친모에 의해 유기됐다는 정황이 6년만에 드러나기도 했다.

최근 이같은 영유아 관련 사건을 취재하면서 현 아동 보호체계의 허점이 여과없이 드러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현재 출생신고 의무는 오로지 부모에게만 맡겨져 있다. 병원은 부모에게 ‘1개월 이내 출생신고를 해야 한다’는 사실을 통보하나 신고는 의무가 아니다. 신고하지 않아도 형사 처벌 대상이 아닐 뿐더러 과태료는 5만원에 불과하다.

사실 이같이 부모가 고의로 출생신고를 누락하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의료기관이 출생정보를 지자체에 통보하는 ‘출생통보제’ 논의는 예전부터 있어왔다. 21대 국회에 들어 출생통보제 관련 법안은 15건이나 발의됐으나 단 한 번도 논의되지 않았다. 그러다 최근 2000명의 유령 영아가 수면 위로 떠오르자 그제서야 부랴부랴 정부는 관련 입법을 서두르고 있는데,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라고 뒷북 대응이라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정부가 구축해둔 ‘만 3세 아동 안전 전수조사’도 허점투성이다. 정부는 만 3세 아동의 안전을 지자체가 확인하도록 의무화하고 있으나 정작 현장에서는 아이의 실제 안전 확인 없이 ‘안전하다’는 말을 전해듣고 돌아간 사례도 빈번하다. 울산에서 지난 6년전 친모에 의해 유기된 아이도 이 과정에서 발생했다. 해당 아동의 생사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유령 영아 전수조사가 실시됨에 따라 현재 울산에서는 지자체가 최종 소재 파악에 실패한 11건이 경찰에 수사 의뢰가 됐다. 이중 5건은 소재 확인이 됐으나 7건은 여전히 깜깜이다. 유기 시점도 오래돼 수사도 힘들 뿐더러 향후 수사 의뢰가 더 늘어날 수도 있다는 점이 우려스럽다.

아동보호정책의 현 주소는 미비하기 그지 없다. 국회는 최근 출생통보제 도입을 위한 ‘가족관계 등록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의결했는데 법안은 공포일로부터 1년 후 시행돼 여전히 공백이 있는 상황이다.

이 동안이라도 한 명의 유령 영아는 추가로 발생해서는 안 된다. 지자체나 병원 등 현장에서는 아동의 소재를 한번 이라도 더 다시 들여다보고, 다시 확인에 나서야 할 것이며 정부는 뒤늦게 나설 만큼 사라진 아이 모두를 빠짐없이 찾아내길 바란다.

정혜윤 사회부 기자 hy040430@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