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생태복지와 인간의 복지가 공유되는 세상

2023-07-12     경상일보

코로나19 팬데믹은 생활에 엄청난 불편을 초래했다. 그러나 뜻하지 않게 긍정적인 측면이 있었으니 팬데믹 기간 동안 하늘은 맑아졌고 공기는 깨끗해졌다는 것이다. 즉 국제간, 국내 지역 간 이동의 제한으로 인해 탄소배출의 주범인 비행기와 자동차 운행이 급격히 줄었기 때문이다.

요즘 유럽에서는 비행기 타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는 ‘플라이트 셰임’ 운동이 한창이다. 플라이트 셰임이란 비행기(flight)와 부끄러움(shame)을 합성한 신조어로서, 온실가스의 주범인 비행기를 타는 데 부끄러움을 느끼자는 뜻이다. 이 운동은 2017년 스웨덴 가수 스테판 린드버그가 지구를 위해 비행기를 타지 않겠다고 발표한 뒤 최근 유럽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유럽환경청(EEA)의 추산에 따르면 승객 한 명이 1㎞를 이동할 때 버스는 68g, 기차는 14g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데 비해 비행기는 285g에 달한다고 한다. 이처럼 비행기가 기후변화의 주범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프랑스, 네덜란드, 벨기에 등에서는 승객들에게 환경세를 부과하기로 했고 유럽 각국이 동참하고 있다.

반면, 최근 우리나라의 경우 엔저 현상을 기회로 일본 여행이 붐을 이루고 있다. 플라이트 셰임이 아니라 비행기 타는 것이 자랑인 ‘플라이트 프라이드(flight pride)’가 한창이다. 그렇다면 탄소배출을 줄이면서 이동과 관광의 권리를 보장해 줄 수는 없을까? 몇 가지 대안을 제시해 본다.

첫째, 생태복지 개념의 인식 확산이다. 생태복지는 생태계와 함께하는 환경친화적 인간 복지라고 할 수 있다. 즉 생태계 복지와 인간 복지를 동시에 구현함으로써 필연적으로 생태계에 의존하고 있는 인간의 생존을 지속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결국 자연과 그 자연의 일부인 인간이 서로 조화를 이루면서 살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둘째, 탄소중립화를 위한 전환 정책이다. 먼저 화석연료에서 신재생 에너지로 전환해야 하는데 태양광, 풍력, 수력 등 친환경 에너지 보급과 개발을 촉진해야 하고,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기술과 시스템 개발에도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항공기, 자동차, 선박 등 운송 수단의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한 기술혁신과 대중교통의 확대, 전기차 보급 등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와 지자체들의 정책 마련과 실천 의지가 중요하다. 예를 들어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2030년까지 항공기 탄소배출을 20% 감축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미국 내 교통 관련 탄소 배출량 가운데 항공기 배출은 11%를 차지하고 있다며 2030년까지 지속 가능한 연료 사용을 늘리고 새 연료 개발에도 나설 수 있도록 43억달러(약 5조원) 규모의 자금을 지원할 것으로 알려졌다.

셋째, 기업들의 ESG 경영실천이다. ESG란 ‘환경(Environmental)’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의 첫 글자를 딴 용어로서 기업의 재무적 성과뿐 아니라, 환경 보호, 사회적 책임, 기업의 지배구조와 같은 비재무적 요소를 고려해 투자 결정을 내리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대한항공의 경우 차세대 친환경 항공기인 보잉787-9, 보잉787-10을 차례로 도입하고 있는데, 보잉787-10은 다른 동급 항공기보다 좌석당 연료 효율이 25% 높고, 탄소 배출량은 25% 적다. 대신 퇴역 항공기 보잉747-400의 동체를 활용해 네임택, 골프 볼마커를 제작·판매했고, 최근에는 기내 노후 구명조끼를 활용한 화장품 파우치를 출시했다.

넷째, 환경과 관광의 조화이다. 환경과 관광의 추구 가치는 상극이라고 할 수 있다. 환경은 보전이 가치이고, 관광은 이동 및 개발이 가치이다. 이 둘의 조화는 상호 공정한 소비공간을 창출함으로써 가능하다. 즉 관광의 과소비는 환경적으로 지속불가능을 만들고, 반대로 관광의 저소비는 사회적으로 지속불가능을 만든다. 그래서 절충한 것이 생태관광의 모델이다. 관광객에게 생태학습의 장을 제공하면 관광객이 그 지역에서 소비하고, 수익은 지역주민에 돌아가는 등 지역의 경제가 활성화되고, 수익의 일부는 환경보전 기금으로 활용해 생태를 더욱 보전할 수 있게 하는 구조이다.

따라서 생태복지 인식의 확산과 탄소중립화를 위한 노력, 기업들의 ESG 경영, 그리고 생태관광의 모델을 통해 생태복지와 인간의 복지가 공유되는 세상이 되었으면 한다.

이정학 전 울산과학대학교 교수 관광경영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