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생각]밤하늘의 별빛같은 애반딧불이의 한살이

2023-07-13     경상일보

해마다 6월이 되면 반딧불이의 빛을 찾아서 자연의 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7월인 지금도 밤으로의 여정은 계속되고 있다. 어둠이 찾아오면 논에서 울려퍼지는 개구리의 울음 소리부터 들린다. 논들이 연이어져서 있는 곳에서 반딧불이의 반짝임을 찾는다. 반짝이는 빛을 보기 위해서는 어둠 속을 걸어야 한다. 때로는 논의 물길 속으로 발을 헛디디기도 한다. 긴 기다림 끝에 20~25㎝ 정도 자란 모들 사이에서 반짝이는 모습을 바라보게 되면 자신도 모르게 짧은 탄성이 나온다. 아! 하고 나오는 그 순간의 아름다움은 언어로는 표현하지 못할 강렬함이 자리하고 있다. 자신의 자리를 찾지 못하고 밀려나기를 반복하는 반딧불이들의 존재가 안쓰러워서일까?

논에서 반짝이는 반딧불이들은 논둑의 풀이나 모에 붙어서 자신의 빛을 지속적으로 나타낸다. 짝을 찾기 위한 신호이다. 10여년 전만해도 한 마리의 반딧불이를 찾으면 주변으로 20~30개체 정도는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찾아보기가 힘들어졌다. 이 곳 논 주변에 살고 있는 반딧불이는 애반딧불이다. 아기같이 귀엽고 작다는 의미를 가진 애반딧불이는 성충의 길이가 1㎝정도로 작지만 한 마리의 빛은 정서적인 안정감과 화려함을 안겨준다. 6~7월에 볼 수 있는 애반딧불이는 짝짓기를 하고 나면 2~3일 뒤에 알 70~150개 정도를 3~4일에 걸쳐서 풀이나 이끼에 낳는다. 자연 상태에서 알을 관찰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이끼 사이에 알을 낳아 두면 돋보기를 이용해서 세세하게 찾아도 발견하기 힘들다. 여러 차례 시도했지만 한 번도 찾아본 경험은 없다. 단지 애반딧불이를 증식하면서 알을 낳은 모습을 볼 수 있을 뿐이다. 알의 크기는 0.5~0.6㎜ 정도로 눈으로 보면 연한 노란색으로 보인다.

노란색 알은 20일 정도 지나면 검정색 반점이 생기고 23~25일 전후로 알에서 애벌레가 깨어난다. 애벌레는 물속으로 들어가서 다음해 4월까지 10개월 정도를 물속에서 살아간다. 이 물속에서 다슬기, 물달팽이, 논우렁이 등을 먹는다. 추운 겨울에는 먹이 활동을 하지 않고 겨울잠을 잔다. 가끔씩 깨어나서 움직이는 개체도 있기는 하다. 4월 말 정도 되면 빨리 성숙한 개체는 번데기가 되기 위해 땅으로 올라온다. 흙이나 풀들 사이에 흙집을 짓고 번데기 과정을 거쳐서 성충으로 태어나게 된다. 애반딧불이의 한 살이는 1년이고 논주변이나 계곡에서 살아가는 개체가 있다. 긴 시간 동안 자연의 시련을 견뎌야 한다. 특히 짝짓기 시기인 6~7월은 사람들의 전등 빛으로부터도 피해다녀야 한다. 피해다닌다기 보다는 살기 힘들다는 표현이 더 맞지 않을까? 과거에는 물의 오염으로 사라지고 지금은 전등 빛의 강함으로 인해서 사라지게 되는 게 현실이다. 자연 속에서 볼 수 있는 한 마리 반딧불이의 빛은 우리들의 생명과 같다는 생각이다. 생물다양성이라는 측면에서도 필요로 하고 우리 정서적인 면에서도 반딧불이의 생명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자연 복원을 통해서 개체 증식이 된다면 더욱 좋은 일일 것이다.

김강수 별빛반딧불이복원연구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