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큼 다가온 ‘고교학점제’…울산 준비상황과 과제는]학교별로 인프라 구축 한창, 연구·선도학교는 제도 안착
고교학점제 전면 시행이 1년 여 앞으로 다가옴에 따라 울산지역 일선 고등학교마다 공간 재구조화 및 시설 구축, 고교학점제 대비 학사 운영, 교육프로그램 개발 등에 한창이다. 또한 인근 학교 간 협업과 교원·강사인력 교류, 교육프로그램 공유, 기관·대학과의 협약 등도 활발하다. 특히 몇 년 전부터 고교학점제를 시행해오고 있는 연구·선도학교의 경우 비교적 안착돼 가고 있다.
울산 고교학점제 선도시범지구별 운영 현황 | ||
지구 | 운영학교 | 비고 |
제1지구 | 남목고, 화암고 | 2019년 지정 |
제2지구 | 성광여고, 우신고, 울산제일고 | 2020년 지정 |
제3지구 | 문수고, 범서고, 울산중앙고, 함월고 | 2021년 지정, 범서고·함월고 신규 |
제4지구 | 신정고, 울산여고, 학성고 | 2022년 지정 |
제5지구 | 성신고, 약사고, 울산고, 학성여고 | 2020년 지정 |
◇연구·선도학교는 비교적 안착
지난 11일 오전에 찾은 울산 중구 학성여자고등학교. 1교시 수업이 한창 진행 중인 이 학교는 여느 일반계 고등학교와 수업 풍경이 달랐다. ‘201, 202, 203…’ 등으로 적힌 교실에서는 국어, 수학, 한국사, 진로직업 등의 수업이 교실별로 이뤄졌고, 학생들은 소속반이 아닌 자신이 수강 신청을 한 과목별로 교실을 찾아 수업을 들었다. 각 교실 앞에는 주간 단위 수업시간표가 붙어있고, 수업이 없는 빈 교실도 보였다. 몇 년 전부터 고교학점제 수업 방식을 도입해 시행하면서 바뀐 풍경이다.
학성여고는 고교학점제 연구학교 및 선도시범지구로 선정돼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운영했다. 앞서 2018년부터는 고교학점제 공간 혁신사업에 선정돼 학생선택형 교육과정을 위한 환경 조성사업도 진행했다. 이에 이 학교는 각 층별로 고교학점제에 대비한 교실 재구조화 등 시설 구축이 완료됐다.
각 층별로 홈베이스부터 전시 및 휴게공간, 다목적실, 특별활동실, 소규모·대규모 교과실, 도서관 등 다양하게 구성돼 있다. 이 중 홈베이스는 학생들의 학교 생활 거점 공간이다. 학생들은 이 곳에 있는 개인사물함에 책과 노트, 필기도구 등을 놔두고 자신의 수업이 있을 때마다 찾아가 수업을 듣는다. 수업이 없거나 대기 시간 홈베이스에서 자유롭게 공부를 한다. 또한 전시 및 휴게공간에는 학생들이 자신의 작품을 전시하거나 기타 연주 등 음악활동도 할 수 있다.
문세희 학성여고 교사는 “고교학점제는 과목도 많고 과목별 학생 인원수 차이가 나기 때문에 다양한 형태·규모의 교실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며 “일부 교실은 폴딩도어(접이식문)가 설치돼 공간 구성을 다채롭게 할 수 있도록 돼있다”고 말했다.
◇다양한 과목 개설…학생도 만족
2023학년도 1학기가 아직 끝이 나지 않았지만 고교학점제를 시행하는 학교들은 벌써 2024학년도를 준비하고 있다. 실제 학성여고의 경우 최근 기말고사가 끝나고 나서 현재는 내년도 수강신청이 한창이다. 학교에서 1차적으로 수요조사를 한 뒤 학생들이 고교학점제 수강신청프로그램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자신들이 원하는 과목을 신청하는 방식이다.
과목별로 학생 수 차이가 있고, 인원이 100명이 넘는 과목은 4개의 교실로 나눠 수업을 진행한다. 한 과목당 최소 인원은 5~6명 정도다.
문 교사는 “‘기하’ 등 일부 과목은 6명 밖에 되지 않지만 수능 선택교과목이어서 교육과정위원회의 회의를 통해 필요하다면 교과에 넣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학교는 에너지경제연구원과 함께 고교학점제에 따른 지역사회연계형 학과도 개설했고, 일반계 고교이지만 취업을 원하는 학생들을 위해 바리스타 과목 등도 개설하며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고교학점제에 대한 학생 반응도 대체로 좋으며 만족하는 분위기다.
학성여고 신지오(3년)양은 “고교학점제 방식이다보니 프로젝트형이 수업이 많고 외부 체험활동도 많아서 좋은 것 같다”며 “이를 통해 생활기록부를 작성하고 채울 수 있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대학교 진학과 관련해 원하는 과목을 들을 수 있어서 좋고 다른 친구들도 다 만족해 한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일찌감치 연구학교로 지정된 학교의 경우 고교학점제가 비교적 안착되어 가고 있다. 다만 상당수의 학교들은 인프라는 구축이 됐으나 학사운영은 아직 준비가 안 돼 있거나 이제 도입에 나서는 등 과도기적인 상황이다.
차형석기자 stevecha@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