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사전선거운동과 정책연구소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내년 4월 10일로 예정되어 있다. 새로운 정부 출범에 맞추어 새로운 인물에 대한 관심이 높고 언론 역시 내년 선거에 누가 출마, 차출되는지 등에 관한 기사를 내놓고 있다. 불과 4년 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당시와는 달리 내년 선거에 출마를 희망하는 분들이 ‘정책연구소’, ‘포럼’ 등을 개설하고 현수막을 붙여놓은 모습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실제 필자가 최근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은 ‘정책연구소 언제 개설하느냐’이다. 그분들의 말씀은 인지도 높이고 인구에 회자되기 위해서 정책연구소를 개설해야 된다는 것이다. 감사하고 일견 타당한 말씀이긴 하다.
출마희망자들이 ‘정책연구소’를 개설하는 이유는 현행 공직선거법은 사전선거운동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직선거법 제58조는 선거운동은 ‘당선되거나 되게 하거나 되지 못하게 하는 행위’로 정의하는데 ‘통상적 정당 활동’ ‘단순한 의견 개진’ ‘선거운동을 위한 준비행위’ 등은 선거운동으로 보지 않는다. 그런데 상시적인 선거운동은 금지되어 있다. 위 법 제59조는 선거운동은 ‘선거기간 개시일부터 선거일 전일’까지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선거운동 기간 전 선거운동은 금지되어 있고 위 기간 이전의 선거운동은 ‘사전선거운동’이다. 물론 모든 사전선거운동이 금지되는 것은 아니다. ①예비후보자의 선거운동 ②소수 인원에 문자메시지 발송 ③인터넷 게시판 글 게시, 메일발송 ④직접 전화 또는 명함교부를 위 법은 한정적 예외사항으로 규정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출마 희망자들이 예비후보로 등록하기 이전에는 ‘실질적인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 예비후보가 할 수 있는 선거운동 역시 통상의 선거운동보다 제한적인 점을 고려하면 더더욱 선거운동 시간이 부족하다. 이에 공직선거 출마 희망자들은 부득이하게 ‘선거운동을 위한 준비행위’를 위해 정책연구소를 개설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정책연구소 활동이 ‘단순 준비행위’를 넘어 ‘선거운동’이 되는 경우 공직선거법 위반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는 사전선거운동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한정적인 경우에만 예외를 두는 공직선거법 취지 및 최근 2022년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모 교육감이 선거기간 전 ‘포럼’활동으로 사전선거운동으로 기소된 사례에 비추어 보아도 그러하다. 실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수년 전 ‘정책연구소는 통상적 정당활동의 주체에 해당되지 않기에 정책 홍보를 위한 광고는 할 수 없다.’고 명시적으로 유권해석도 하였다.
물론 현역 국회의원과 경쟁하는 출마 희망자들에게는 ‘불공정한 게임’이다. 현역이 아닌 정치지망생들이 한정된 기간에 그들과 경쟁할만한 인지도, 조직을 갖추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또한 ‘통상적 정당활동’은 국회의원 또는 당협(지역)위원장 명의로 이루어지는 것도 현실이다. 즉, 현역이 아닌 선거 출마 희망자 입장에서는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싸우라는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그러나 개정의 필요성은 별론으로 현행 공직선거법에 의한다면 자칫 인지도 제고 및 홍보만을 위한 정책연구소는 허용되지 않는 사전선거운동으로 판단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필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정책연구소를 개설하지 않을 것이다. 당초 취지대로 정책연구소를 운영하시는 분들이 계시겠지만 과연 정책연구소에 ‘정책 연구’가 있을지도 의문이고 ‘위법’의 소지가 있는 것을 ‘편법’으로 운영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이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싸우는 것이 불공정할 수는 있을 것이나 현재 국회의원, 단체장 모두 그런 운동장에서 시작했을 것이다.
시민들을 위해 필요한 것은 ‘정책 홍보’를 위한 정책연구소 개설이 아닌, 숨은 곳에서 진지하게 시민을 위한 ‘정책을 연구’하는 자세와 그 결과물일 것이다.
최건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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