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성제의 독서공방](19) 룰루 밀러

2023-07-17     경상일보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룰루 밀러, 김선지 옮김, 곰출판)는 논픽션으로 과학 전문기자인 룰루 밀러의 데뷔작이다. 여러 언론 매체에서 ‘2020년 최고의 책’으로 선정된 화제의 베스트셀러다. 과학자들의 전기(傳記)와 과학적 스토리 아래로 방대한 과학 자료와 역사도 함께 보여준다.

저자 밀러는 가정의 아픔을 겪은 후 우연히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회고록을 읽게 된다. 조던은 물고기를 수집하고 연구하다가 벼락과 지진으로 모든 것이 박살나고 만다. 하지만 그 상황에 전혀 당황하지도 두려워하지도 않고 다시 물고기 분류에 몰두한다. 저자는 이런 조던으로부터 희망과 용기를 얻고자 그의 회고록과 그에 연관된 자료들을 계속 파헤쳐간다.

그러나 과학자들과 과학 업적을 통해 과학의 역설적 현상, 과학으로 인한 잘못된 신념들, 우리 사회를 부조리하게 만들어가기도 하는 과학의 오용 등을 발견하게 된다. 더군다나 최고를 꿈꾸며 저질렀던 조던의 잔인한 짓을 보며 과학이 진실만은 아닌 것, 과학 뒤편엔 욕망으로 가득 찬 인간이 있다는 것을 생각한다.

책 제목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의 ‘물고기’는 ‘어류’를 말한다. 실로 물이 서식처인 물고기들을 모두 어류라고 지칭하는 것은 잘못된 분류법이라는 것이다. 이처럼 과학뿐 아니라 우리 삶 도처에 깊이 뿌리내려 있을 잘못된 신념, 관념, 상식들을 벗겨낼 수 있도록 이 책은 끝까지 충격을 가하고 있다.

물고기(어류)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나면, 그렇다면 잘못 알고 있는 것은 또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된다. 알면 알수록 혼란스러운 세상을 절망하는 것이 아니라, 물고기가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세상을 향한 눈이 열리며 혼돈 속에서 질서를 찾아가려는 기쁨이 일어난다.

아무리 자제해도 자꾸만 아인슈타인의 말이 떠오른다. ‘과학 없는 종교는 장님이며, 종교 없는 과학은 절름발이다’ 과연 생뚱맞은 인용인가?

설성제 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