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의 계절한담(閑談)(311)]남창 남창 베리끝에…

2023-07-18     이재명 기자

집중호우로 전국이 쑥대밭이 됐다. 요즘 장마는 공포 그 자체다. 오송의 지하차도에 갑자기 물이 차 차량 운전자와 승객이 사망하는가 하면 예천 감천면 벌방리에서는 산사태가 발생해 십수명이 사망·실종됐다.

홍수는 예로부터 인류를 가장 괴롭혀 온 자연재해다. 홍수로 인한 사망자 수는 중국이 단연 1위다. 1931년 발생한 장강 홍수 때는 200만~400만명이 목숨을 잃었으며 그 이전 1887년 황하 홍수 때는 200만명이 사망했다. 수리시설이 허술해 그만큼 사망자도 많았다.

우리나라의 경우 1925년 을축년 대홍수(乙丑年 大洪水)가 유명하다. 그해 여름 네 차례에 걸쳐 홍수가 발생해 한반도 전역이 피해를 입었으며, 그 중에서도 한강과 낙동강 일대가 큰 타격을 입었다. 을축년 대홍수는 ‘을축년 장마’ 또는 ‘을축년 홍수’라고 부르기도 한다.

과거 우리나라의 홍수 기록을 살펴보면 <삼국사기>와 <고려사> 등에 ‘大水(대수)’ ‘大雨(대우)’ 등으로 기록돼 있다. <삼국사기>에 기록된 대수, 대우는 40여회에 달하고 있으며 <고려사>에는 대수 19회, 대우 85회로 도합 104회나 된다. 고려조 474년 동안 매 5년에 한 번 꼴로 대홍수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조선시대에는 서울과 그 부근의 홍수가 모두 176회에 달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울산에도 대홍수와 관련한 전설이 있다. 굳이 제목을 달자면 ‘베리끝의 전설’이라고나 할까. 1986년 한국정신문화연구원에서 간행한 <한국구비문학대계>에 실려 있다.

옛날에는 울주군 범서읍 구영리와 중구 다운동을 오갈 때는 ‘베리끝’(사진)이라는 깎아지른 듯한 벼랑길을 거쳐 가야 했다. 어느 해 한여름이었다. 며칠째 큰비가 쏟아져서 태화강은 온통 흙탕물을 이루며 무서운 기세로 밀려 내려가고 있었다. 이 때 젊은 부부가 시집가지 않은 누이동생과 함께 베리끝을 막 지나고 있었다. 그런데 사내를 뒤따르던 두 여자가 공교롭게도 함께 발을 헛디뎌 굽이치는 강물에 휘말렸다.

“여보! 살려 줘요!” “오빠! 살려 줘요!” 사내는 엉겁결에 옷자락을 움켜쥐고 허겁지겁 끌어냈는데, 아내였다. 얼른 누이동생을 찾았으나 이미 강 한가운데로 떠내려가고 있었다. 그 후 지은이를 알 수 없는 한 슬픈 노래가 모심기 노래 등으로 전해 온다.



남창 남창 베리끝에/ 무정하다. 우로라바/ 나도 죽어 후생가면/ 낭군님부터 정할래라.

이재명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