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조직적 깡통주택 전세사기, 더 이상 방치해선 안돼
울산지역에서 300억원대 피해규모의 깡통주택 전세 사기범 일당이 검거돼 충격을 주고 있다. 20대 청년 일당이 무등록 부동산컨설팅 업체를 운영하면서 공인중개사, 감정평가사, 조직폭력배와 공모해 280채에 달하는 깡통주택의 전세 보증금을 가로챈 사건이다. 깡통주택 전세 사기는 서민들의 생계를 위협하고 삶을 파괴하는 경제적 살인행위다. 죄없는 서민을 울리는 전세사기 가담자들을 엄중히 처벌하고 또다른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처벌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울산지방경찰청은 18일 무등록 부동산 컨설팅업체 직원, 대출브로커, 공인중개사, 깡통전세 매수자 등 깡통주택 전세 사기 일당 91명을 붙잡아 이 중 20명을 구속했다고 발표했다. 경찰 조사결과 이들은 시세 확인이 어려운 수도권 지역 빌라, 오피스텔 280채를 실제 매매가보다 30% 가량 높은 가격에 소위 ‘업계약’을 체결, 1채 당 2000만~8000만원 전세보증금을 편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일당은 특히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보증금반환보증보험 가입 때 감정평가사 평가액을 사용한다는 허점을 노려 감정평가사와 짜고 HUG에 감정평가액을 높여 제출하는 수법을 활용했다. 또 깡통주택 한 건당 100만원씩 사례비를 주고 자체적으로 모집한 허위 매수인들에게 ‘무자본 갭투자’ 형식으로 명의를 빌려 매매계약을 체결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명의를 빌려준 허위 매수인 중 절반은 울산에 거주하는 무직, 식당·주점 근무자 등으로 조사됐다.
이런 범죄 수법에 걸려 피해를 본 전세 세입자 수는 총 120명에 달했다. 이 중 보증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고령층(27명)은 전세 보증금을 모두 돌려받지 못하는 처지에 놓였다. 보증보험자인 주택도시보증공사도 큰 피해를 입게 됐다.그런데도 사기범 일당들은 범죄 수익금으로 고급 외제차를 구입하고, 제트스키를 타고 다니는 등 호화생활을 즐겼다고 한다.
이번 사건은 부동산 시장의 불안정성과 허술한 법망, 청년층 취업난, 고령층의 무지 등을 악용한 기획형 대형 전세사기 사건이다. 오히려 법망의 허점을 악용하면서도 ‘처벌’을 경시하는 듯한 모습까지 엿보인다. 형법상 사기죄가 적용되는 전세사기의 법정형은 징역 10년 이하다. 그러나 사건 대부분 피해자별 금액이 5억원을 넘지 않아 특정경제범죄법 적용이 어렵다고 한다. 이대로는 앞으로도 전세 사기 피해들이 계속 발생할 수 밖에 없는 참담한 상황이다. 법을 개정해서라도 전세사기범을 가중 처벌하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