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확인 국제우편물’ 전국서 신고 폭주
2023-07-24 오상민 기자
23일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 20일 동구 장애인복지시설에 배달된 국제우편물에 대한 정밀 검사에서 별다른 유해 물질은 검출되지 않았다. 하지만 울산 사건은 정체불명의 소포에 대한 공포감을 조성하기에 충분했다.
지난 21일 오후 5시59분께 동울산우체국에서 집배원이 우편물 분류 중 장애인복지시설로 온 대만발 국제우편물과 동일 주소에서 발신한 우편물이 발견되는 등 울산은 물론 전국에서 정체불명의 국제우편물 신고가 폭증하고 있다.
지난 20일부터 23일 오후 5시 현재까지 울산 49건 포함 전국에서 2000여건의 신고가 접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 가운데 600건 가량을 수거해 조사 중이며 나머지는 오인 신고로 전해졌다.
이들 소포는 모두 노란색이나 검은색 우편 봉투에 ‘CHUNGHWA POST’, 발신지로 ‘P.O.Box 100561-003777, Taipei Taiwan’이라고 적혀 있었다. 경찰은 이렇게 적힌 소포를 발견하면 열어보지 말고 즉시 가까운 경찰관서나 112로 신고해달라고 당부하고 있다.
수신자 주소와 이름도 통상적인 국제우편물로 보기 어려웠다. 영문과 한글 주소가 서로 다르거나, 외국인 또는 국내에 매우 드문 희귀 성씨의 이름이 수신자로 적혀 있었다.
경찰은 문제의 소포들을 분석한 결과 대부분 ‘존재하지 않는 사람’을 수신자로 무작위 주소와 전화번호를 써넣은 뒤 발송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현재까지 폭발물이나 유해 물질이 확인된 사례는 없다. 대부분 대만발이었지만, 말레이시아나 우즈베키스탄에서 발송된 우편물도 일부 신고됐다.
주한 대만대표부는 “조사 결과 해당 소포는 중국에서 최초 발송돼 대만을 중간 경유한 후 한국으로 최종 도달된 것으로 밝혀졌다”는 입장을 냈다.
경찰 등은 ‘브러싱 스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대만발 우편물의 발송지 주소가 2020년 미국과 캐나다 등에서 정체불명의 씨앗이 배달돼 논란을 일으켰던 우편물 발송지 주소와 같은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경찰은 혹시 있을지 모를 테러 가능성에 대비하는 한편, 관계 당국의 성분분석 결과에 따라 수사 착수 여부도 검토하고 있다.
관세청은 지난 21일부터 국제우편물과 특송물품(해외 배송 택배)에 대한 긴급 통관을 강화했다.
경찰 등에 신고된 우편물과 발신자·발송지 정보가 같거나 유사한 국제 우편물·특송화물은 즉시 통관을 보류하기로 했다. 오상민기자·일부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