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권추락 등 울산교원 명예퇴직 가속
울산의 한 50대 초반 공립 중학교 교사 A씨는 최근 명예퇴직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 신학기 때부터 장기 결석하는 학생 때문에 해당 학부모에게 확인 여부 문자를 보냈으나, 돌아온 대답은 “당신(담임교사) 때문이다” “정서적 아동학대로 고소하겠다” 등의 지속적인 문자와 전화였다. 결국 A씨는 현재 병가를 내고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
이처럼 학부모들의 악성 민원 대응과 학생들의 문제행동 지도의 어려움 등을 들어 정년을 다 채우지 않고 명예퇴직을 하는 울산지역 교사들이 최근 몇 년 새 크게 늘고 있다.
24일 울산시교육청에 따르면 올해 2월말과 8월말 명예퇴직 신청을 한 교원은 총 208명으로 연간 기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기존 최대 수치였던 지난해 189명을 넘어선 것이다.
10년전인 2013년 107명과 비교하면 2배 가까이 급증했다.
학교급별로는 유치원 1명, 초등 70명, 중등 106명, 사립학교 31명 등이다. 특히 중등교사의 ‘명퇴’ 신청이 두드러진다. 중등은 2012년 27명, 2013년 48명, 2014년 61명 등에서 2020년 84명, 2021년 88명, 2022년 91명, 올해 106명 등 최근 몇 년 새 크게 늘고 있다.
명퇴 연령대도 낮아지고 있다. 올해 명퇴 신청자 중 50대는 142명, 60대 60명 등으로 50대가 68%를 차지했다. 40대도 5명이나 된다. 명퇴 신청 자격은 명예퇴직일 기준 20년 이상 근속하고, 정년퇴직 잔여기간이 1년 이상 남아 있어야 한다.
교사노동조합연맹이 지난 5월 교원 1만137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87%가 최근 1년간 이직 또는 사직을 고민한 적 있다고 응답했다. 같은 설문에서 최근 5년 사이 교권침해로 인해 정신과 치료 또는 상담을 받은 적이 있다는 교사도 26.6%에 달했다.
지역 교권 침해 사례도 2020년 36건에서 2021년 89건, 2022년 117건 등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교원들의 명예퇴직이 최근 몇 년새 크게 늘고 있고 연령대도 낮아지고 있는 추세다”라며 “아무래도 교권이 하락하고 학생들의 지도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교단을 일찍 떠나는 교사들이 늘어나는 것 같다”고 밝혔다.
차형석기자 stevecha@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