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사고 예방과 위기 탈출

2023-07-26     경상일보

최근 우리가 경험하지 못했던 규모의 엄청난 폭우로 인해 많은 인명 및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이번 재해로 무려 50명이 목숨을 잃거나 실종되었다. 그중 오송의 한 지하차도에서는 무려 14명의 인명을 앗아가는 대참사가 발생해 전 국민을 충격에 빠뜨렸다. 지하차도의 안전에 대해 정부는 사고가 난 후 이제 본격적으로 고민하기 시작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사후 약방문(死後藥方文)이다.

해마다 태풍, 장마, 홍수, 가뭄, 산사태 등 자연재해가 발생한다. 이에 대처하기 위해 안전 시스템을 구축하고, 위험을 방지하는 시설을 건립하고 보수하며 시설 점검을 하는 등의 사전 예방 조치를 하고 있다. 그런데도 매년 재해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지구 기후 상승으로 자연재해는 그 규모가 더 커져만 가고 있어 지금까지 예상했던 것 이상의 준비가 필요하다.

서울 강남구는 올해 초 하수관 역류로 인한 침수피해를 막기 위해 개발된 친환경 스마트 빗물받이를 설치했다고 하는데 이런 류의 기술개발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지자체 등에서는 적극적으로 테스트를 거쳐 설치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자연재해 외에도 우리 사회가 갖고 있는 부조리로 인한 인재도 사건 사고에 한몫을 한다. 이 또한 법규 제정, 제도 개선 등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이는 세월호 사태 때 국민 모두가 이미 학습한 바 있다. 하지만 그 단기간의 충격을 받고 나서는 우리 사회가 이후에 완전히 잊은 것이 아닌지 염려스럽다.

위에서 언급한 이런 규모로 국가적, 사회적으로 준비해야 할 대책도 있지만, 필자는 다음에서 우리 개개인이 위기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는 역량을 키우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세월호 사태, 각종 인재와 천재 때에도 순간의 판단에 의해 살아남은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었을 것이다.

과거 2005년 7월부터 2016년 4월까지 KBS 2TV에서 방영된 ‘위기탈출 넘버원’이라는 프로그램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논란도 많았지만 어쩌면 그 예능프로그램을 보고 자란 많은 사람들이 위기상황에서 알게 모르게 도움을 받았을지도 모른다. 이 프로그램의 기본정보를 보면, ‘재난, 재해 등의 위기상황뿐만 아니라 생활 속에서 흔히 일어날 수 있는 각종 위험, 사고에 대한 대처법과 예방법 등을 소개하는 국내 최초 안전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예컨대 2005년 9월24일 방영분에서는 자동차 트렁크에서 탈출하는 법을 소개하고 있다. 지금 출시되는 차들은 트렁크 내부에 비상탈출장치를 구비하고 있다, 야광으로 된 레버를 당기는 식이다. 이런 발명들은 특허정보검색서비스 사이트인 ‘키프리스’에서도 여럿 발견할 수 있다. 당해 TV 프로그램을 다시 되살리는 것은 어떨지 방송사에 건의해보고 싶다.

이번 오송 사고에서 물이 차오르자 순간적인 판단으로 차를 돌려 다급히 역주행으로 죽음의 현장에서 벗어났다는 한 운전자의 소식이 SNS를 통해 알려졌다. 그의 한마디가 귓가를 맴돈다. “따로 안전교육을 받은 적은 없었지만 본능이었다.”

이번 폭우로 소 40여 마리를 무사히 탈출시킨 한 경찰관의 기지(機智)도 눈에 띈다. 물에 잠긴 우사에서 지대가 높은 인근 창고까지 소가 이동할 수 있도록 차로 벽을 세우고 경광등을 이용해 구조 작업에 성공했다고 한다. 아무래도 경찰이니 차벽에 익숙할 것이지만 이런 곳에까지 활용하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렇지만 언제까지 본능과 개인적인 기지에만 의존할 것인가? 안전교육의 중요성이 다시 한번 절실해진다. 지진에 대비하는 일본의 안전교육이 떠오른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운영하는 국민 정책참여 플랫폼 ‘국민생각함’에 올라온 “교과과정에 ‘안전학’이라는 과목을 개설하자.”라는 한 글쓴이의 주장이 공감을 자아낸다. 어떤 방식이든 위기의 상황에서 이성적인 사고를 바탕으로 한 순간 판단력과 창의력을 발휘해 생존을 도모하는 것에 관한 강화된 교육이 필요하다.

우리 모두가 안심할 수 있는 세상에 살기를 기원한다. 노환으로 별세하는 그 날까지 안전하고 건강한 삶을 기도해 본다.

김지환 지킴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