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생각]청소년(한)부모 생활·양육 지원, 아시나요

2023-07-27     경상일보

지난 6월 울산의 한 아파트단지 쓰레기장에서 영아 시신이 발견되는 사건이 있었다. 결국 닷새 만에 10대 후반 여성이 자수하면서 시신을 유기한 피의자로 밝혀졌다. 이 기사를 보면서 아직 제대로 생명의 결실을 맺지 못한 영아의 죽음이라는 점도 안타까웠지만, 여성이자 청소년지도사인 나에게는 10대 후반의 여성이 피의자라는 사실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올 수 밖에 없었다. 필자의 생각에 10대로서의 임신 사실과 영아의 죽음에 대한 심적 불안감과 압박감이 엄청났으리라고 추측된다.

2023년 2월, 여성가족부에서는 5년에 한번씩 수립하는 제7차 청소년정책 기본계획(2023~2027)을 발표했다. 제7차 청소년정책 기본계획에서는 이전 계획에서는 볼 수 없었던 몇 가지 청소년보호정책이 포함되어 있는데 그 정책 중에 하나가 ‘청소년(한)부모’ 생활·양육지원이다. ‘청소년(한)부모‘라는 용어 자체가 벌써 생소하다. ‘청소년(한)부모’는 자녀의 양육과 학업 또는 취업을 병행하고 있는 만24세 이하의 청소년(한)부모를 말한다.

2022년 7월 이후 청소년부모양육지원비 시범사업을 이용한 402명의 청소년(한)부모를 대상으로 여성가족부에서 실시한 청소년부모 현황에 따르면, 첫출산 연령이 미성년인 청소년부모의 비율이 14.1%로 나타났다. 단편적인 통계를 보면서, 청소년시설에서 근무하고 있지만 청소년 부모에 대한 인지가 부족했던 필자로서는 많은 생각이 들었다. 우선 정책을 이용하는 청소년부모가 생각보다 많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이와 같은 생각을 뒷받침해 주기라도 하듯 같은 조사에서 청소년부모의 ‘자녀양육비의 부담이 크다’에 ‘그렇다’고 응답한 비율이 79.9%였으며, ‘자녀 양육과정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는 항목에서는 57.4%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10대 청소년의 영아유기 사건을 이러한 정책의 부재로 벌어진 일이라고 결부할 수는 없지만, 필자로서는 10대에 혼자 감당하기 어려운 임신과 출산, 자녀 양육과 청소년부모 자신의 미래에 대해 상담해 볼 수 있는 공적 시스템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단편적이고 극단적 선택을 망설여 볼 수 있는 기회가 된다는 생각이다.

울산광역시에서도 2022년 7월부터 청소년부모 아동 양육비 월 20만원 지원사업을 시범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앞서가는 일부 지자체에서는 양육비 지원을 지자체 예산으로 확대 지원할 뿐만 아니라, 취업지원 및 자립지원 수당 등을 추가적으로 지원하고 있으며, 이를 위한 법적 토대를 추가적으로 마련하고 있다. 안정적인 양육환경을 위해서는 우리 시에서도 현재 월 20만원 이상의 실질적인 지원이 절실하다. 더불어 자녀의 건강한 양육을 위해 청소년부모를 위한 정서적 지원과 자립을 위한 직업교육, 취업지원 등 앞서가는 정책적 지원의 확대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적극적인 홍보를 통해 최소한의 정책적 지원에서 소외되는 청소년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김해숙 북구청소년문화의집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