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도로 인프라 확충은 동구의 미래

2023-07-28     경상일보

도로는 도시의 골격을 갖추는 중요한 인프라다. 도로 인프라가 공급되면 지역발전으로 이어진다는 게 전통적인 시각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지역주민의 통행시간, 차량운행 비용 등을 감소시켜 해당 지역의 위치적 매력도를 상승시킨다. 개선된 도로 서비스로 인해 새로운 통행이 유발되면서 다른 지역과의 교류 활성화와 부가적인 생산 및 소비로 이어진다. 다른 인프라와 연결돼 특정 지역의 중심성이 강해지면서 지역 발전 효과를 보기도 한다.

지하철이 없는 울산은 시내버스가 유일한 대중교통 수단이라 편리하고 촘촘한 도로망 구축이 중요한 도시다. 면적이 넓을 뿐 아니라 국내 광역시 중 승용차를 이용하는 비중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울산의 자동차 등록대수는 1997년 광역시 승격 당시 26만대 수준이었지만 현재는 2배 이상 증가해 60만대에 육박하고 있다. 행정구역상 면적은 1057㎢로 서울(605.2㎢)의 1.7배에 달하고, 바로 옆 부산(770㎢)보다도 1.3배이상 크다.

하지만 면적이 큰 탓에 지속적인 도로망 확충이 이뤄지고 있음에도 여전히 광역시 중 도로 공급 수준은 최하위에 머물고 있다.

울산 내 5개 구·군 중에서도 도로 여건이 가장 열악한 지역은 동구로 이는 지형적 요인이 가장 크다. 동구는 울산 끝자락에 위치해 동서남북 중에 동서남 3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다. 이 때문에 동구로 들어오고 나가는 도로망은 구축될 수 있지만 동구를 경유하는 도로가 건설되기는 어려운 여건에 있다.

대규모 도로사업이 여러 지역을 경유하고, 다른 도로와의 연계를 통해 교통편의를 높이는 것을 감안하면 동구의 지형적 단점은 치명적이다. 예를 들어 지난해 개통한 이예로(길이 16.9㎞)는 남구 옥동을 출발해 중구를 지나 북구 농소까지 가는 구간의 자동차전용도로다. 이 도로 만으로 북구와 중구, 남구를 30분 내 생활권으로 만드는 효과가 있는데, 다른 도로와의 연계를 통해 교통 편의는 더 확장된다. 북구에서는 산업로와 연결돼 경주를 한 번에 갈 수 있고, 남구에서는 올해 개통 예정인 국도 7호선 청량~옥동 구간과 지난해 개통한 무거­웅상도로를 통해 울주군을 거쳐 부산까지 연결된다. 울산 내 5개 구·군 가운데 동구를 제외한 4개 구군이 이예로 개통으로 직접적 혜택을 보게 된 것이다.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한 제2명촌교, 울산시가 국토교통부에 제6차 국도·국지도 건설계획 반영을 요청한 언양~범서 우회도로, 청량~범서 우회도로, 웅촌~서생 도로 등 울산시에서 중점적으로 추진 중인 도로 인프라 확장 사업도 동구와 직접적 관련이 없다.

그렇다고 동구를 오가는 도로망이 제대로 구축된 것도 아니다. 현재 동구를 오가는 주요 도로는 아산로와 염포산터널을 지나는 경로와 울산대교인데, 쾌적한 교통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올해부터 무료화된 염포산터널은 지난해 대비 하루 이용량이 최대 19%까지 증가하면서 출퇴근 시간 병목과 정체현상이 심각해졌다. 왕복 2차로로 좁은 탓에 사고라도 발생하면 차량들이 터널 내에 갇히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염포산터널로 몰리는 교통량을 울산대교가 분담해주면 상황이 나아지겠지만 1800원이라는 비싼 요금이 발목을 잡고 있다.

현재 동구는 조선업 불황을 여파로 지역소멸 위기지역으로 분류돼 인구를 늘려야 하는 어려운 문제를 풀어야 한다. 조선업에 의존한 경제 구조를 극복하고 새로운 미래먹거리 마련을 위해 육성 중인 관광산업도 성공을 거둬야 한다. 이를 위해 가장 기초적이면서 중요한 도로 인프라 확충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지형적 한계를 넘어서지 못한 채 이대로 방치하면 동구는 정말로 울산의 외딴섬이 될 수밖에 없다. 부디 동구의 미래를 위한 도로 정책이 마련되길 바란다.

박은심 울산 동구의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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