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일근시인, 14번째 시집 ‘혀꽃의 사랑법’ 펴내, 코로나 거치며 틈틈이 쓴 63편 선보여
2023-08-07 전상헌 기자
<혀꽃의 사랑법>은 박물관 같은 시집이다. 지난 4년 동안 정 시인이 휴대폰 속 메모장과 메신저 등에 남긴 신작시 400여편 중 63편만을 추리고 추려 수록했기 때문이다. 표제시 ‘혀꽃의 사랑법’을 비롯해 ‘고래란 소리가 올 때’ ‘수국이 핀다’ ‘슴슴한 슬픔’ ‘선물’ ‘수국이 피는 풍경’ ‘오메보시’ ‘백시’ 등을 ‘펜 혹의 향기’ ‘수국총수국총’ ‘꽃가지의 금강보살’ ‘가볍게 말하지 마라’ 등의 주제로 4부에 걸쳐 싣고, 이병국 문학평론가의 해설도 담았다.
시집에는 꽃과 죽음, 고래와 고통, 나무와 삶 등이 세세하게 담겨있다. 또 정 시인의 화두인 경주 남산과 울산 울주 은현리, 고래 이야기도 이어진다.
‘꽃은 언제나 비밀이어야 하지. 은밀히 그 비밀에 닿기 위해 나 역시 혀부터 쑥 내밀어보는 거야. 그런 혀를 꽃인 듯 내미는 두상꽃차례가 있어. (중략) 수백의 혀를 둥글게 펼치며 지금 나는 고백 중이야. 사랑해. 사랑한다니까. 순간의 계절이 지나면 나는 사라질 것이니. 결국 당신 또한 사라질 것이지만.’ -‘혀꽃의 사랑법’ 일부.
설상화라고도 부르는 혀꽃. 이름도 낯선 혀꽃을 표제시로 고른 것에 대해 정 시인은 “혀꽃은 국화과 두상꽃차례에 달려 있다. 윗부분은 혀 모양이고 아랫부분은 통처럼 돼 꽃잎처럼 보이는 혀꽃이 여러 개 붙어 있어야 진정한 꽃이 된다”며 “시적으로 직유·은유·비유적 표현으로 사용하기 최적의 대상”이라 설명했다.
이어 정 시인은 “시인 생활 40년 동안 나와 함께 세상을 살아온 50·60대 베이비붐 세대가 시를 공감하며 시집을 사서 본다. 이들을 위해 내년 등단 40주년을 맞아 다양한 계획을 하고 있다”며 “그동안 발표하지 않은 1000여편을 추린 신작과 나의 시를 많이 읽어 준 낭송가들을 위한 낭송 시선집·애송 시집 등 3권 이상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혀꽃의 사랑법>은 지난 4일 기준 온라인 서점 예스24에서는 시·희곡 부문 2위에 올랐다. 오프라인 서점에 7일부터 배포한다. 앞서 지난 5일 양산 평산책방에서 저자 사인본 10권을 전달하는 행사도 열고, 판매가 이뤄지고 있다.
정일근 시인은 1985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돼 시인이 됐다. 경남대 석좌교수로 본보에 ‘정일근의 多事多感’ 코너 필진으로 참여하며, 현재 중·고등학교 교과서에 그의 시 ‘바다가 보이는 교실’ ‘어머니의 그륵’ 등이 수록돼 있다. 시집으로 <바다가 보이는 교실> <마당으로 출근하는 시인> <저녁의 고래> 등을 냈고 소월시문학상, 지훈시문학, 이육사시문학상, 김달진문학상 등을 받았다. 132쪽, 1만2000원, 몰개.
전상헌기자 honey@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