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세계도시 울산, 어렵지만 가야할 길
울산시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국제 정세가 급변함에 따라 국제도시화 중장기 계획을 수정했다. 2021년 마련한 ‘시민과 함께, 국제사회와 함께 맑고 깨끗하고 책임 있는 전환’이라는 중장기 비전을 철회하고 ‘새로 만드는 세계도시 울산’으로 비전을 다시 설정한 것이다. 도시 간 경쟁은 이제 미래를 건 문화·경제 전쟁이 됐다. 새로 마련한 울산의 국제도시화 사업이 엔데믹 시대 세계인과 거의 단절하다시피 한 울산의 국제도시·관광도시 전략에 숨통을 틔워주기를 기대한다.
울산시는 지난 4일 ‘국제도시화 추진위원회’를 열고 오는 2030년까지 원전해체산업 육성, 미래형 에너지 및 전지산업 육성, 국제철새도시 인증 등 9개 신규사업을 포함해 45개 사업에 총 11조8229억원을 투입하는 중장기 국제도시화 계획을 수립했다. 이를 위해 지속 성장 산업도시, 일류 문화 매력도시 등 4대 목표를 설정했다.
울산은 지난 2011년 ‘국제화의 중심, 글로벌 리더 울산’이라는 비전 아래 ‘국제 도시화 추진위원회’를 출범시킨지 올해로 13년째를 맞이했다. 그동안 지방정부 교체 때마다 새롭게 ‘비전과 목표’를 제시했지만, 국제도시를 향한 발걸음은 무척 더디다. 무엇보다 국제도시를 지향하는 울산의 기대와 외국인들의 눈높이와는 괴리감이 크다는 게 문제다.
코로나19가 종말을 고하면서 외국 관광객이 지난해보다 5배나 급증한 인근 부산과 밀려드는 관광객 손님맞이에 바쁜 천년고도 경주와 달리 울산의 관광업계는 너무나도 한가한 모습이다. 최근 정부가 파행을 겪고 있는 새만금 세계잼버리 대회 참가자들을 위해 산업·문화 관광프로그램을 추가하면서 지자체간 유치경쟁이 뜨겁다. 자칫 울산만 소외되지 않을까 우려되는 상황이다.
산업수도를 자부하는 울산은 세계인과 교우하는 하늘길도, 뱃길도 없는 고립된 도시다. 스토리로 외국인들을 매료시킬 만큼의 도시 브랜드도, 숙박시설도, 차별화된 콘텐츠도 부족하다. 울산이 ‘세계인과의 관문’을 뚫지 못한다면 앞으로도 관광객들의 ‘울산 패싱’은 계속될 것이 자명하다.
세계적 기업과 자본, 관광객 유치는 국제도시의 가장 큰 경쟁력이다. 국제도시 수준에 걸맞는 인프라 확대와 네트워크 형성, 외국인 친화적인 정주여건 조성은 물론 국제대회(행사) 유치와 국제기구와의 교류·협력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 특히 2028 울산 국제정원박람회의 유치에 울산의 역량을 모아야 할 것이다. 국제도시로 향하는 울산의 발길은 무겁지만, 절대 포기할 수 없는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