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태풍 ‘카눈’ 북상, 철저한 선제 대응 필요하다

2023-08-08     경상일보

제6호 태풍 카눈이 10일 오전 경남 남해안에 상륙한 뒤 한반도를 관통할 것으로 예상됐다. 기상청에 따르면 카눈은 이날 오전 9시 일본 오키나와 동북동쪽 330㎞ 해상을 지나 북동진하다가 저녁 북서쪽으로 이동 방향을 튼 뒤 가고시마를 동편에 두고 북진을 거듭하면서 10일 오전 9시 부산 남서쪽 90㎞ 해상에 이를 전망이다.

부산 남서쪽 해상에 이르렀을 때 카눈의 강도는 ‘강’일 것으로 예상된다. 태풍 강도 ‘강’은 중심 최대풍속이 ‘33㎧ 이상 44㎧ 미만’인 경우인데 이 정도 바람은 기차를 탈선시킬 수 있다. 다만 카눈이 규슈 서쪽을 지날 때 규슈의 지형과 상호작용하면서 세력이 약화될 수도 있다. 기상청은 카눈의 강한 바람과 함께 경북 동해안 등 영남 지역에 100~200㎜, 울산 등 경상 내륙에는 많게는 300㎜ 이상의 비가 내릴 것으로 전망했다.

최근의 기상 상황은 ‘이변’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극한 상황이 잦다. 그래서 태풍은 불가항력적인 측면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최근 태풍과 호우로 인한 인명피해를 보면 2013년부터 2018년까지는 사망·실종자가 10명 미만이었으나 2019년에는 18명, 2020년에는 46명으로 급증했고 지난해에는 30명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뒷짐만 지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한 명이라도 아까운 목숨을 살리려는 노력이 있어야 매년 되풀이되는 태풍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지난달 발생한 오송 지하차도 참사의 경우 당국의 무능과 무사안일이 어떤 결과를 초래했는지 여실히 보여줬다.

울산은 매년 역대급 태풍피해를 입는 곳 중의 하나다. 최근에만 해도 중심부 기압 기준 역대 10위 이내인 ‘마이삭(2020년)’ ‘하이선(2020년)’ ‘힌남노(2022년)’가 지나갔다. 그 중에서도 지난 2016년 울산을 강타했던 태풍 차바는 한 도시를 통째로 침수시켜 많은 인명과 재산피해를 냈다. 지난해 8월에는 경북 포항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이 물에 잠겨 3명이나 목숨을 잃었고, 서울 신림동에서는 반지하 주택에 살던 가족이 참변을 당했다.

울산시는 이번 태풍에 대비해 인명피해 우려지역 130곳, 산사태 취약지 1257곳, 비탈면 6670곳 등을 긴급 점검·정비한다고 한다. 요즘의 기상은 예측을 훨씬 뛰어넘는 경우가 많아 이전과는 다른 대비 태세가 필요하다. 하나하나 빈틈없이 살피고, 모든 상상력을 동원해 혹 있을지 모르는 비상사태도 가정해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