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울산, 반도체로 승부수…‘선택과 집중’만이 살길이다

2023-08-09     경상일보

울산시가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을 기반으로 반도체 산업 육성에 나선다. 자동차·조선·석유화학 등 전통 제조업 중심의 주력산업을 이차전지에 이어 반도체로까지 영역을 확장해 미래 먹거리로 키우겠다는 것이다. 반도체는 이차전지, 인공지능(AI) 등과 함께 윤석열 정부의 ‘12대 국가전략기술’ 중 하나다. 울산이 반도체 산업의 생태계 구축에 성공한다면 산업의 다양성 확보는 물론 지역 경제에도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다.

울산시는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 제정을 계기로 전력 수요가 많은 반도체 기업을 적극 유치하는 등 반도체 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연말까지 ‘첨단 반도체 산업 육성 전략 수립 연구 용역’을 통해 첨단 반도체 산업 거점 및 진흥단지 기반 조성 등 7대 전략을 수립할 계획이다. 첨단 시스템 반도체 산업과 관련된 시의 특화된 발전 전략과 제품·기술 로드맵을 수립하고 인력 양성 및 인재 확보 방안을 모색하고, 반도체 특화단지로 선정된 부산(파워반도체) 및 경남과 연계해 동남권 클러스터 조성을 추진한다는 야심이다. 검토중인 반도체 산업 육성 분야는 소부장, 패키징, ICT·SW 등이다.

울산이 공업도시 출범 60년이 지나서야 첨단 반도체 산업 육성에 나선 것은 늦었지만, 다행스러운 일이다. 글로벌 각국은 물론 국내 주요 도시들이 미래 명운을 건 첨단 기술 주도권 전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서도 산업구조 다변화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경제위기가 장기화하고 있는 곳이 울산이기 때문이다. 반도체 산업 육성은 정보통신기술이 주도하는 4차산업 혁명의 물결에 울산이 편승한다는 의의도 있다.

하지만 반도체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울산의 여정은 멀고도 험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지난 6월 지정한 4곳의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경기 용인, 경북 구미, 경기 안성, 부산)는 물론 특화단지에서 탈락한 대전, 경기 이천, 광주·전남과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반도체 생계태 기반이 미약하다. 범국가적인 지원조차 기대하기 어렵다. 단지 전기료가 싸다고 울산에 핵심 반도체 생산기업과 협력 기업들이 둥지를 틀 가능성은 매우 낮다.

따라서 늦깍이 울산이 반도체 산업에서 최소한의 입지를 확보하려면 R&D 역량을 모아 초격차 기술을 개발하고 고급 인재를 육성하는 길 뿐이다. 울산만의 차별화된 반도체 기술 확보와 기반 구축에 ‘선택과 집중’을 다해야 한다. ‘울산형 반도체 산업’ 육성에 냉철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